오늘부터 병원교수·개원의 단축진료…환자들 "조속한 해결"호소

의협 "개원가 주40시간 준법진료 나설 것"…교수들은 "외래진료 최소화"
환자·병원노동자 불안 가중…"의·정 양측 양보해 사태 해결해달라"
의료공백이 길어지며 한계에 부딪힌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이 1일부터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인다.대한의사협회(의협)도 "개원가 또한 주40시간 준법 진료에 나서겠다"고 밝혀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등 20개 의대의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모인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달 30일 "다음 달 1일부로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업무 '오프'를 원칙으로 하는 데 동의했으며, 이 근무조건에 맞춰서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외래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줄였으며, 1일부터는 외래 진료를 최소화해 중증 및 응급 환자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여기에 지난달 31일에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진료 축소 동참을 선언했다.

김성근 신임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개원의도 주40시간 진료 시간을 지키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협 차원에서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도 나왔던 얘기인 만큼 준비하고 계셨던 분들은 (바로)시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회원들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주 40시간 진료에)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중증이 아닌 환자의 대학병원 외래 진료는 더욱 줄어들고 동네 의원에서의 야간 진료 등이 일부 어려워질 전망이다.

병원 운영도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전국 병원에서는 이미 병동·병상 운영 축소·중단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서울대병원은 전체 병동 60여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고,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다.
40일을 넘어선 의료 공백에 환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환자뿐 아니라 병원 노동자 등도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거듭 호소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와 교수 집단사직으로 인해 40일째 이어져 오고 있는 현재의 사태는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이라며 "양측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다수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조금씩 양보해서 현재의 의료공백 사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와 함께 항암 치료·수술·입원 지연 등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들의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 수련병원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1일 합동으로 회견을 열고 '전공의 즉각 복귀, 교수 사직 철회 및 조속한 진료 정상화 위해 정부와 사용자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는 '2천명'이라는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증원 규모 조정에 대해 '감감무소식'이고, 복지부는 "5천만 국민을 뒤로하고 특정 직역에 굴복하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정부는 2천명 증원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의협 역시 '원점 재논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여기에 더해 차기 의협회장으로 선출된 임현택 당선인은 "의대 정원은 오히려 줄여야 하며, 대화의 전제 조건은 대통령의 사과와 복지장관 등 파면"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대화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