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존중" "정치인 사절"…21년만의 옥스퍼드 총장선거 들썩

메이·존슨 등 전직 총리 거론…'다양성 확대' 선거방식 변경에 비민주적 지적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이 21년 만에 새 총장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와 더타임스에 따르면 2003년 취임한 크리스 패튼(79) 총장이 이번 학년도를 끝으로 은퇴함에 따라 조만간 총장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옥스퍼드대는 지난 2월 패튼 총장의 은퇴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장 선출 일정과 상세한 규정은 향후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대 총장은 명예직에 가깝고 학사는 부총장이 총괄하지만, 영국 간판 대학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이미 학계와 정계에서는 차기 총장 하마평과 함께 선출 방식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 전직 총리 중에서만도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토니 블레어 등 전직 총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인 총장이 배제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질리언 에잇킨 옥스퍼드대 행정실장은 최근 교수진에 보낸 이메일에서 "의원이나 정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총장이 되는 것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메이 전 총리가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는 했으나 보수당을 위한 선거운동은 계속할 것이고, 존슨 전 총리도 다음 총선에서 활동이 예상되므로 활동 중인 정치인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패튼 현 총장은 하원의원과 보수당 의장, 홍콩 반환 전 마지막 총독,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지내고 나서 옥스퍼드대 총장으로 선출된 정치인 겸 행정가 출신이다.

또한 17세기 올리버 크롬웰부터 19세기 아서 웰슬리 전 총리, 20세기 들어서는 해럴드 맥밀런 전 총리까지 많은 정치인이 총장을 역임했다.
메이 전 총리의 최측근인 데이미언 그린 하원의원은 이에 대해 "최소한 의견수렴이 필요한 중대한 변화"라고 비판했다.

이런 보도가 나오자 옥스퍼드 측은 "상세한 후보 자격 기준은 향후 발표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옥스퍼드대 대변인은 "차기 총장 임기 중에 의원 선출이 예상되거나 이를 목표로 한다면 부적격"이라며 "차기 총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한 하원의원 등은 적격 판정을 받을 수도 있는데 다른 이해 상충 문제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방식이 바뀌는 것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2003년 선거에는 옥스퍼드 교수·동문 총회 소속 50명의 추천만 받으면 출마할 수 있었으며 투표는 선거인단 8천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학교 공식 소식지인 '옥스퍼드대 가제트'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는 교수와 행정가로 구성된 선거위원회가 적격 후보를 추리는데 '평등과 다양성의 원칙, 승인된 역할"을 고려할 계획이다.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처음 온라인 투표가 허용되는 만큼 선거위원회 구성에는 '흥미 위주의 선택'을 제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유를 불문하고 이런 방식의 선거는 비민주적이며, 능력과 관계없이 여성이나 소수인종 출신을 총장에 세우려는 것이라는 반발이 일각에서 나왔다.

13세기 이후로 옥스퍼드대 총장은 백인 남성만 맡아왔다.

닐 오브라이언 등 보수당 하원의원 7명은 지난달 말 더타임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바뀐 선출 방식은 "사실상 소규모 내부 위원회에 의한 선출"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은 "세계 다른 대학이 능력주의에서 멀어진 결과는 참담했다"며 "옥스퍼드대는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 하버드대의 최초 흑인 여성 총장인 클로딘 게이가 반유대주의 논란과 논문 표절 의혹 끝에 사퇴한 일을 언급한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해석했다. 게이 전 총장은 지난해 말 반(反)유대주의와 관련한 모호한 의회 답변으로 거센 역풍을 맞았는데, 당시 사태는 미국 대학 내 문화 갈등과 함께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거센 논쟁을 촉발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