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업보조금 82% 육식용 축산업 지원…채식 전환에 역행"

네덜란드 연구팀 "지속 가능 식량 생산 위한 보조금 재설계 필요"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육식을 채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농업 보조금의 82%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축산업에 지원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폴 베렌스 교수팀은 2일 과학 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서 전 세계 식품 및 농업 바이오매스 투입-산출(FABIO) 데이터베이스와 농장 회계 데이터 네트워크(FADN)를 결합 분석한 결과, EU 농업 보조금의 82%가 축산업에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축산업 지원은 농업이 더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조금 정책의 재설계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 세계 식품 시스템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거주 가능한 토지의 절반을 이용하며, 세계 물 소비량의 약 80%를 사용한다.

EU는 1968년부터 농가 직불금 규정 등 회원국 공동의 농업 정책 방향성을 담은 법적 가이드라인 공동농업정책(CAP)을 시행하고 있으며, 2021년 개정돼 작년부터 2027년까지 시행 중인 CAP는 '친환경 농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속에 친환경적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동물성 식단을 식물성으로 전환하는 것도 기후변화 완화 전략으로 꼽힌다. 동물성 식품은 EU에서 소비되는 열량의 35%, 단백질의 65%만을 공급하지만, EU 식품 생산에서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의 84%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FABIO와 FADN의 DB를 사용해 1986년부터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3년까지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서 국내 판매 제품과 EU 회원국 수입 제품, 비EU 국가로 수출된 제품 등에 지급된 보조금 등 전체 보조금의 흐름을 추적했다.

FABIO DB에는 1986~2013년 세계 191개국, 125개 식품 상품의 흐름이 담겨있다. 분석 결과 2013년 식량 생산을 위한 CAP 전체 보조금 예산 가운데 82%가 동물성 제품 생산에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38%는 축산 농가 등에 직접 지출됐고 44%는 동물 사료 생산 등에 배정됐다.

연구팀은 현재 CAP의 농업 보조금 정책이 동물성 제품 지원을 바람직한 것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축산업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더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데 경제적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을 지원하도록 CAP 정책을 재설계하는 게 시급하다며 이 연구 결과가 향후 환경적 성과와 식량 안보를 위한 CAP 재설계 연구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Food, Anniek Kortleve et al., 'Over 80% of the European Union's Common Agricultural Policy supports emissions-intensive animal products', https://www.nature.com/articles/s43016-024-00949-4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