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전방위 비용감축 나서…2차 희망퇴직·인력 전환배치

사실상 구조조정 시각…사옥 이전 등 임대비 절감도 검토

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가 전방위적인 비용 감축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구 노력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그간 용역업체를 통해 처리해오던 물류센터 관련 업무를 자체적으로 소화하고자 일부 내부 인력을 전환 배치했다.

외주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전환 배치 통보를 받은 인원은 50여명 정도로 알려졌다.

11번가 관계자는 "비용 절감과 인력 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처는 2차 희망퇴직 접수와 거의 동시에 이뤄져 업계 주목을 받았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1차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조건은 4개월분 급여 지급이었다.

하지만 신청자 수가 10명이 채 안 되는 등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2차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고 지난달 29일까지 신청서를 접수했다. 2차는 대상자 범위를 전 사원으로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환 배치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차 희망퇴직 프로그램 이후 강도 높은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1번가는 인력 효율화 외에 임대비용 축소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2017년 이래 서울역 앞 옛 대우그룹 본사였던 서울스퀘어 5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 복지 공간으로 쓰이는 1개 층을 줄이는 방안, 과천 지식정보타운으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 등이 제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옥 이전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거래액 기준으로 쿠팡·G마켓에 이어 이커머스 3위권인 11번가는 현재 재무적 투자자(FI) 주도의 재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5천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현재까지는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거나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중국계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큐텐, 미국계 아마존 등을 잠재적 인수 업체로 전망해왔다.

11번가는 매각 추진과 관계 없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번가의 영업손실은 1천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줄었다.

매출은 10% 늘어난 8천65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특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강도 긴축 덕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2개월 연속 오픈마켓 사업의 세금·이자·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오픈마켓 사업의 영업손익을 흑자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