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물가' 주범된 과일…"공급변수에 재정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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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aT 조사방식 차이 따라 좌우…"물가 전반 주목해야"
공급 부족으로 촉발된 과일값 급등세가 수개월째 진정되지 않고 있다. 1년 단위로 반복되는 농사 주기, 수입 제한 품목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초여름 햇사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완화하려고 할인쿠폰, 납품단가 지원 등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히려 수요만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석유류 가격마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과일값에 매몰되기보다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살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 과일값 급등세, 출발점은 작년 봄부터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으로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신선과실(과일)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0.9% 올랐다. 작년 8월(14.3%)을 기점으로 뛰기 시작해 지난해 9월∼올해 1월 20%대, 지난 2월과 3월은 4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기에는 사과, 배가 골칫거리였다.
작년 개화기 냉해, 여름철 탄저병, 우박·태풍 등 이상기온과 각종 재해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검역 등 이슈로 수입도 되지 않는 탓에 공급을 늘릴 수도 없었다.
곧이어 대체 과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귤 가격이 급등했고, 생산 주기가 짧은 대파·애호박 등 채소류도 겨울철 날씨 영향으로 생산이 줄기도 했다.
이번 농산물 물가 오름세는 날씨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른 생산량 변동성에 기인하는 셈이다.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세를 위해 지난달 18일 1천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755억원, 농축산물 할인지원 645억원 등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2주에 한 번꼴로 열었고 수입-생산-유통 단계별 현장을 5차례 찾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지원, 물가지수 반영 어떻게?
3월 하순부터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열흘 단위로 초순·중순·하순에 나눠 조사하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일부만 반영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순으로 갈수록 농산물 가격이 꺾였고 정책효과 나타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산물 물가는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통계청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거래(납부) 가격을 조사한다.
할인 가격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조건 없이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에만 반영된다.
제한된 사람만이 구입할 수 있거나 '깜짝 세일', 회원·특정 카드 사용에 따른 할인 등은 제외된다.
예컨대, 마트가 정부와 매칭해 할인하면 모든 고객에게 적용돼 반영되지만, 정부의 할인 지원은 각자의 한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는다.
납품단가 지원의 경우 공급 가격 자체를 낮추기 때문에 통계청 물가지수에 반영된다.
이와 달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조사는 '영수증'을 기반으로 한다.
조사 요원이 실제 농산물을 사면서 소매가격을 조사하기 때문에 요원에 따라 각종 지원이 반영된다.
같은 사과여도 통계청은 정형과(正形果) 위주로 조사하지만, aT는 최근 정부가 공급을 늘린 비정형과(못난이 사과) 등도 조사 품목에 포함한다.
조사 대상처도 다르다.
통계청은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슈퍼마켓 등을 폭넓게 조사하는 반면 aT는 대형마트 비중이 크다.
정부의 할인 지원은 마트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 "할인 지원은 근본적 대책 아냐"
결국 조사 기관·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농산물 물가에 정부가 지나치게 정책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으로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할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이 수요를 부추기면서 경제학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원래 사과 가격보다 덜 오른 것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해 사과를 더 사 먹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책은 한시적인 대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예산·재정 낭비"라고 덧붙였다.
일부 과일 가격뿐 아니라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맘때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았는데 올해도 3%대 상승률이면 2년 누적으로 볼 때 물가는 엄청나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 조기 집행하고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총수요가 센 상황이라 물가 상방 압력이 높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경각심을 유지하면서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공급 부족으로 촉발된 과일값 급등세가 수개월째 진정되지 않고 있다. 1년 단위로 반복되는 농사 주기, 수입 제한 품목 등을 고려하면 현시점에서 공급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초여름 햇사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서민 부담을 완화하려고 할인쿠폰, 납품단가 지원 등 먹거리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오히려 수요만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 석유류 가격마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과일값에 매몰되기보다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를 살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 과일값 급등세, 출발점은 작년 봄부터
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으로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신선과실(과일)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40.9% 올랐다. 작년 8월(14.3%)을 기점으로 뛰기 시작해 지난해 9월∼올해 1월 20%대, 지난 2월과 3월은 4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초기에는 사과, 배가 골칫거리였다.
작년 개화기 냉해, 여름철 탄저병, 우박·태풍 등 이상기온과 각종 재해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검역 등 이슈로 수입도 되지 않는 탓에 공급을 늘릴 수도 없었다.
곧이어 대체 과일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귤 가격이 급등했고, 생산 주기가 짧은 대파·애호박 등 채소류도 겨울철 날씨 영향으로 생산이 줄기도 했다.
이번 농산물 물가 오름세는 날씨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른 생산량 변동성에 기인하는 셈이다.
정부는 체감물가 안정세를 위해 지난달 18일 1천500억원 규모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755억원, 농축산물 할인지원 645억원 등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2주에 한 번꼴로 열었고 수입-생산-유통 단계별 현장을 5차례 찾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가적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지원, 물가지수 반영 어떻게?
3월 하순부터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열흘 단위로 초순·중순·하순에 나눠 조사하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일부만 반영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순으로 갈수록 농산물 가격이 꺾였고 정책효과 나타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산물 물가는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나기도 한다.
통계청은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거래(납부) 가격을 조사한다.
할인 가격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조건 없이 일반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경우에만 반영된다.
제한된 사람만이 구입할 수 있거나 '깜짝 세일', 회원·특정 카드 사용에 따른 할인 등은 제외된다.
예컨대, 마트가 정부와 매칭해 할인하면 모든 고객에게 적용돼 반영되지만, 정부의 할인 지원은 각자의 한도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영되지 않는다.
납품단가 지원의 경우 공급 가격 자체를 낮추기 때문에 통계청 물가지수에 반영된다.
이와 달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가격 조사는 '영수증'을 기반으로 한다.
조사 요원이 실제 농산물을 사면서 소매가격을 조사하기 때문에 요원에 따라 각종 지원이 반영된다.
같은 사과여도 통계청은 정형과(正形果) 위주로 조사하지만, aT는 최근 정부가 공급을 늘린 비정형과(못난이 사과) 등도 조사 품목에 포함한다.
조사 대상처도 다르다.
통계청은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슈퍼마켓 등을 폭넓게 조사하는 반면 aT는 대형마트 비중이 크다.
정부의 할인 지원은 마트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 "할인 지원은 근본적 대책 아냐"
결국 조사 기관·방식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농산물 물가에 정부가 지나치게 정책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부 지원으로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져야 할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지원이 수요를 부추기면서 경제학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며 "원래 사과 가격보다 덜 오른 것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해 사과를 더 사 먹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책은 한시적인 대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예산·재정 낭비"라고 덧붙였다.
일부 과일 가격뿐 아니라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맘때 소비자물가지수가 높았는데 올해도 3%대 상승률이면 2년 누적으로 볼 때 물가는 엄청나게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 조기 집행하고 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총수요가 센 상황이라 물가 상방 압력이 높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기상여건 악화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물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경각심을 유지하면서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되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