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호주 조선업체 오스탈 인수 추진…오스탈 "제안 거부"(종합)

약 8천억원 제안…한화, 실제 인수 시 '방산 시너지' 기대
오스탈 "당국승인 확실성 제공한다면 더 고려할 수도" 여지 남겨
한화오션이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를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오션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오스탈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작아 거절했다고 밝혔지만, 인수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탈은 한화오션으로부터 10억2천만 호주달러(약 8천960억원)의 인수 제안을 받았다.

주당 2.825 호주달러를 책정한 가격으로, 지난달 29일 오스탈 종가에 28.4%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오스탈에 8억9천500만 호주달러(약 7천860억원)가 넘는 금액을 제시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화의 이번 인수 추진은 호주는 물론 미국에서 함정 사업을 해 온 오스탈을 실제 인수 시 방산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데다 오스탈이 최근 매각 의사까지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6개월 전 오스탈에 최초 인수 제안을 했으며 이후 양측 간 여러 차례 수정 제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또 인수 추진을 위해 투자은행 UBS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오스탈이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오스탈 주가는 호주 주식시장에서 장 초반 8.2% 상승했다.

호주 S&P/ASX200 지수는 보합세였다. 오스탈은 현재 조건의 한화 측 제안은 호주나 해외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과 호주 양국 정부 간 우호적 관계가 조성된 데다 한화그룹이 K9 자주포, 레드백 등 방산 사업을 호주 측과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인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년간 호주 기업의 해외 매각 사례 4천여건 가운데 미승인 사례도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는 글로벌 방산 그룹으로 여러 계열사에 다양한 제품군을 갖고 있으며 오스탈과의 결합으로 기존 함정의 국제 상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에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됐다.

오스탈은 또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 건조해 납품하는 주요 방산업체이기도 하다.

오스탈 제품군에는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공급 선박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이유로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의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와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화오션 측은 FIRB 승인을 받기 위해 모든 합리적인 조건을 수용할 용의가 있다면서 오스탈 인수 의사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로펌으로부터 CFIUS가 거래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언도 받았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오스탈은 국가 자산 기업으로 오커스 동맹국(미국-영국-호주) 내 기업만 인수할 수 있지만 한국은 미국, 호주의 주요 동맹국으로서 이들 나라와 여러 연합훈련을 하는 등 미국, 호주와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탈은 "우리 회사는 호주와 미국 해군의 군함 설계업체이자 건조업체로, 방위 계약과 관련된 소유권 조항을 고려할 때 한화의 인수 제안은 당국의 승인이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스탈은 성명에서 "한화가 이번 거래가 승인될 것이라는 확실성을 제공할 수 있다면 오스탈은 인수 제안을 더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