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만큼 뜨겁다"…'2.6만 회계사' 수장 자리 놓고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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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공인회계사회 회장 선거회계사 2만6000명의 대표를 뽑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대형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출신과 전직 국회의원 등의 3파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회계사의 영향력과 위상이 커지는 만큼 회계사회 수장을 뽑는 선거도 달아오르고 있다. 전체 회원의 과반수인 2030 세대의 젊은 회계사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빅4·로컬·정치인 '3파전' 양상
500억 굴리는 회계사회 파급력↑
3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공회는 오는 5월 중하순까지 제47대 회장 선출을 위한 후보자 등록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인회계사(CPA)인 한공회 회원 1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회장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오는 6월 19일 한공회 정기총회에서 후보군을 대상으로 투표해 최다 득표자가 회장으로 선출된다.차기 회장으로 세 명의 후보가 거론된다. 가나다순으로 나철호 재정회계법인 대표와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장,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나 대표는 1972년생으로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한울회계법인에 입사했다. 2016년 한공회에서 감사를 맡았고, 2020년부터 2년 동안 부회장직도 지냈다. 현재 재정회계법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나 대표는 2022년 제46대 한공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김영식 한공회 회장을 상대로 40.5%의 높은 득표율을 올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번 후보자들 가운데 가장 젊은 50대 후보다.
이정희 회장은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뒤 딜로이트안진에 입사한 뒤 줄곧 이 회계법인에서만 몸담았다. 안진에서 2010~2017년 조세부문 대표, 2017~2019년에는 총괄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안진 회장으로 근무 중이다. 회계업계의 현안에 밝은 데다 인적 네트워크 폭이 넓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운열 전 의원은 195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71년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30년 동안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직을 수행했다. 최 전 의원은 의원 임기 동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통과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출마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출마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았다.세 명 후보의 공약은 엇비슷하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기업이 6년 연속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이 제도가 감사비용을 높이는 데다 회계투명성 개선을 체감할 수 없는 만큼 자율선임 기간을 9년 등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제도 완화의 목소리가 높다. 반면 회계업계는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는 만큼 회계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꾸준히 증가하는 공인회계사 선발인원에 대해 합리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비슷하다. 선발 인원 증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한공회 회장 자리는 ‘비상근 명예직’이다. 연봉 5000만원에 집무실과 기사, 판공비(업무 추진비)를 지원받는다. 억대 연봉을 받는 다른 전문직 단체 회장과 비교해서는 처우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감사인 지정제 이후 회계사의 위상이 커진 만큼 한공회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 1월 말 기준 2만6250명에 달하는 회계사를 대표하고 있다. 여기에 140여명이 몸담은 데다 연간 예산만 500억원대에 달하는 한공회의 파급력도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회장 선거의 향방은 2030세대의 젊은 회계사들의 표심이 가를 전망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 회계사 비중이 75%에 달한다"며 "후보들이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익환/선한결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