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자리잡는 암호화폐…"코인 투자시 자산관리 원칙을 세워라"

변동성 높아 위험 고려 필수

(1) '포모 증후군'을 경계하라
(2) 최악 상황 감내할 만큼 투자
(3) 노후자금 절대 투자 말아야
Getty Images Bank
‘드디어 졸업한다’ ‘축하드립니다’ ‘부럽다’ ‘형, 나 치킨 한 마리만’.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의 제목과 댓글이다. 학교 졸업이 아니다. 코인으로 두둑하게 돈을 번 투자자가 코인시장에서 떠날 때 ‘졸업’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보통 투자금과 수익률을 보여주는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로 인증샷을 올린다. 부러움 가득한 댓글, 비법을 묻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노후 대비 자산을 쌓아가는 직장인에게 암호화폐 투자는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존재가 돼가는 듯하다. 발 빠르게 투자를 시작해 성과를 인증한 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떠도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순식간에 거액을 날린 이들의 이야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과거 투기나 범죄에 이용되는 줄로만 알았던 암호화폐가 어느덧 제도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에 상장됐고, 이를 계기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인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자산으로 이뤄진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면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이 생길 법하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탄생한 새로운 자산에 대해 지적 호기심을 갖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공부해보는 것은 자신의 투자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자산과 달리 과거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은 데다 변동성이 매우 높은 만큼 위험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코인 같은 새로운 자산에 투자하고자 할 때는 실행에 옮기기 전 다음과 같은 예시를 참고해 미리 자산관리 원칙을 명확히 세워두면 노후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첫째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경계해야 한다. 포모 증후군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을 뜻한다. 대중이 열광하는 투자 자산을 맹목적으로 좇다 보면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대중의 관점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에서 판단해 새로운 투자 대상에 접근하고 있는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변동성이 높은 만큼 손실에 대한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코인시장은 하루는 물론이고 단 몇 분 만에도 수십%의 가격 등락이 펼쳐지는 곳이다. 수익 기회가 높기도 하지만 동시에 손실 가능성도 크다. 급락의 순간 빠져나오지 못해 투자금을 모두 잃는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최악의 순간이 됐을 때 자신의 경제 상황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최악의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투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끝으로 코인 투자에 노후 자금을 사용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개인연금과 퇴직금은 노후 삶의 안정성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다. 이미 축적한 돈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고,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연금계좌(연금저축 및 개인형퇴직연금 IRP)에 납입하고자 계획한 자금을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금계좌에 납입한 돈은 900만원까지 납입금의 13.2~16.5%를 돌려준다. 이 확정적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불확실성에 베팅할 이유가 있으려면 상당한 논리와 설득력이 뒤따라야 한다.

오현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수석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