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루 만에 1340원대로 하락…고환율 장기화 우려는 지속 [한경 외환시장 워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원·달러 환율이 하루만에 1340원대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간밤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다만 이날 대만의 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 때 환율이 크게 오르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났다.

달러당 1348원90전 마감…6일만에 하락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20전 내린 1348원90전에 마감했다. 전날 1352원10전으로 연중 최고점을 돌파한 환율이 하루만에 1340원대로 내려섰다. 환율이 하락 마감한 것은 지난달 28일 1348원70전에서 1346원20전으로 하락한 이후 6일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원10전 하락한 1351원에 출발했다. 오전 중 대만의 지진 소식이 전해진 직후엔 환율이 1353원까지 예외적으로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일본과 중국에서 쓰나미 경보가 내려지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는 생산 라인 직원이 대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나타난 영향이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는 금세 불식됐고, 오후에는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미 경제 견고…금리 인하 기대 하락

환율이 내린 것은 최근 급격하게 올랐던 달러화 가치가 다소 숨고르기를 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한은 국제국은 일일 보고서를 통해 "미 달러화 약세, 중국 차이신 서비스업 PMI 예상치 상회에 따른 위안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달러화가치 하락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점이 재확인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2월 구인 건수는 876만 건으로 전월 875만 건 보다 1만 건 늘었다. 시장의 예상치가 874만 건에 비해서도 많았다. 수요가 상당히 견조한 상태라는 점이 재확인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인사들도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회 인하는 전망일 뿐, 약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3번 인하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슬아슬하다"고 했다. 미 투자은행(IB) 브린캐피탈은 "노동수요 감소가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Fed가 단기간 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도 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한은은 현금에 해당하는 예치금을 지난달 305억3000만 달러 확보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말에 비해 87억2000만 달러 늘렸다. 전체 외환보유액 중 비중은 7.3%로 작년 1월 7.9% 이후 최고 수준이다. 예치금은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할 때 활용하는 일종의 '실탄'이다.

엔화 가치 더 떨어지나

서울 외환시장 마감시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9원45전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891원15전)보다 1원70전 내린 수준이었다.

글로벌 엔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정부가 외환 개입을 시사하고 있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외려 Fed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역사상 최저 수준까지 엔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ed가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경우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