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공장 계속 늘려나가는 론자…"삼성, 美 중소CDMO 인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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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위탁개발생산(CDMO) 매출 1위 기업 론자는 지난달 미국 항체공장을 인수했고,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도 세계 2위 CDMO 기업을 인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까지 인천 송도에만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만, 조만간 미국으로도 눈을 돌리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지난달 중국 우시앱텍 등 바이오기업과의 거래 제한을 골자로 하는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글로벌 CDMO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시설에 대한 관심도는 올라가는 중이다. 세계 CDMO 매출 3위 기업인 우시의 공백을 메우고, 고객사들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대표적인 사례가 론자다. 론자는 지난달 20일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캘리포니아 바카빌에 있는 33만L 규모의 항체 위탁생산(CMO) 공장을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론자는 바카빌 공장 인수로 대량 생산 능력을 높이고, 물질 상용화를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하겠다고 밝혔다.

론자는 언론 배포자료에서 “새로운 모달리티(치료방법)들이 개발되면서 CDMO 산업 수요가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 내 새로운 생산시설에서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로 중요한 (미국) 서부 생산시설이 확보됐다”며 “동부의 포츠머스 시설을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인수 절차는 올 하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인 노보홀딩스도 지난 2월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카탈란트를 인수했다. 매출 기준 세계 2위 CDMO 기업인 카탈란트는 북미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에도 50개 이상의 생산시설을 보유 중이다.이러한 현상에 대해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론자가) 스위스 내 바이오리액터 증설뿐 아니라 미국 시설 확보에 나섰다는 것은 중장기적 항체 CMO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생물보안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사 유치에도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3일 설명했다. 다만 법안 시행까지는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내 중소형 CDMO 인수 가능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도 해외공장 건설 및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제 바이오 박람회 등에서 꾸준히 밝혀왔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보다는 공장 인수쪽에 방점을 찍고 미국 진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나, 관련 매물이 한정적인 만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미국 CDMO 인수를 고려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현재 가시적으로 혹은 빠르게 진행되는 절차는 아닌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만 4개의 CDMO 공장이 있고 현재 다섯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2032년까지 총 8개의 공장을 송도에 짓는 것이 목표다. 미국 진출의 문은 끊임없이 두드리는 중이며,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등에 있는 미국 법인보다는 한국 본사에서 매물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