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30% 주문

금감원, 정책모기지·혼합형 제외 기준 신설
커버드본드 육성 등 구체적 방법은 제시 못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정책상품 제외) 비중을 현재 약 18%에서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주문했다. 변동금리형 중심의 국내 주담대 시장을 고정금리형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경기 변동으로 인해 개인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널뛰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가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작년 5월 직접 언급한 채권시장 조성 등 조치는 1년 가까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 신(新)행정지도'를 발표했다. 우선 금감원은 정책모기지(정책 금융상품)를 포함하지 않는 은행의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목표치를 신설했다. 작년까지는 정책모기지까지 포함해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52.5%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는데, 올해부터는 은행의 자체적인 주담대만 따진 비중 목표치를 30%로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신설된 고정금리형 주담대엔 금리가 만기까지 유지되는 '순수고정형'과 금리 변동 주기가 5년 이상인 '주기형'만 포함된다. 작년까지는 순수고정형과 주기형뿐만 아니라 금리가 5년만 유지되고 변동금리형으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담대도 고정금리 주담대도 인정됐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강화된 기준을 신설한 이유는 은행들이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사실상 순수고정형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고, 그나마 판매한 것이 혼합형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 중에서 순수고정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22.9%로 모두 정책모기지였고, 주기형은 10.1%에 불과했다. 혼합형은 18.8%를 차지했고, 절반에 가까운 48.2%는 변동금리형이었다.

금감원은 신설된 기준과는 별도로 정책모기지를 포함한 기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율(52.5%)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동시에 비거치식 분할상환 주담대 목표 비중은 작년보다 2.5%포인트 높은 62.5%(은행 기준)로 제시했다.금융당국은 신설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장기 자금조달을 돕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활성화 등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커버드본드 활성화, 출연료율 조정 등 유인체계 강화, 스왑뱅크 설립 등은 정부가 작년 5월에 이미 추진하겠다고 밝힌 내용으로, 1년 가까이 계획에 그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5월에 발표한 '고정금리 대출 확대방안' 발췌. 당시에도 이미 커버드본드 활성화 지원 등의 계획이 제시됐지만, 1년 가까이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감독원은 "새로운 행정지도를 4일부터 시행해 은행 자체 고정금리 대출 확대 등 금융권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 개선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