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상속세 인하
입력
수정
지면A31
지분상속과 현금·토지상속은 달라해외 동종 산업의 유사 기업에 비해 한국 기업의 기업 가치가 낮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상속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의 세습을 끊고 다음 세대에서는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공정한 사회라는 일각의 주장은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기업의 지분을 상속하는 것과 현금이나 토지를 상속하는 것이 같다는 착각에서 기인한다.
세율 낮춰 '기업가정신' 고취해야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前 한국증권학회장
현금이나 토지는 30년이든 100년이든 피상속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피상속인이 물려받은 돈과 토지를 가지고 무언가 하려다 보면 재산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현금을 물려주거나 토지를 물려주는 것은 확실한 부의 세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업의 경영권인 지분은 피상속인이 물려받은 기업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기업이 망하고 지분 가치도 함께 없어질 것이다.기업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다. 기업 수명에 관한 통계를 살펴보면 상당히 큰 규모의 기업이 30년 이상 존속할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100년을 존속할 확률은 2~3%에 머문다. 기업 수명에 대한 통계를 이용해 피상속인이 물려받은 기업 100개 중 30년 후에 몇 개의 기업이 살아남을지 예측해 본다면 당대에 30개 기업만 살아남는 것이다.
이런 확률이 이어지면 100년 후, 3세대가 지나면 100개 중 단지 2~3개 기업만 남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통계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의 S&P500지수에 포함될 정도로 큰 규모의 기업들조차 30년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상속세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납부하는 물납제도로 받은 주식의 현주소를 보면 기업의 수명이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다. 물납 주식이란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때 금융재산이 납부세액에 미달하면 주식으로 상속세를 내는 방식이다. 상속재산 중 유가증권 가액이 2분의 1을 초과해야 요건이 성립되며 2013년 이후 비상장 주식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캠코가 물납 받은 비상장 주식 중 326개 종목은 아직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캠코가 보유 중이다. 이들의 평균 보유 기간은 12.3년이며 326개 종목 중 절반가량인 148개 종목(45.4%)은 청산, 파산, 해산, 휴·폐업 등 비정상 법인이다. 즉 10년 전에는 멀쩡했던 기업의 45%가 10년 만에 망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을 물려받는 것은 현금이나 토지를 물려받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잘되라고 빌어도 10년 안에 망할 확률이 50%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의 지분에 대해 50%의 상속세를 부과하고 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해서는 추가 세율까지 덧붙여 피상속인의 기업할 마음을 없애는 것이 ‘부의 세습’을 막는 유일한 길일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는 상속세 인하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 지분에 부과하는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지속성의 내재된 위험을 간과하고 기업가정신을 억제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상속세 인하를 통해 기업의 지속성을 높이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해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할 것이다. 또 상속세를 통한 부의 세습을 제재하는 것보다 경쟁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평등의 이중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