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들, 윤 대통령 만나 할 말 다하라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소속 병원을 떠난 지 50일 가까이 됐다.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남은 의료진은 이미 한계 상황이고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다. 이런 현실을 잘 알기에 원칙 대응을 강조하던 윤석열 대통령도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겠다며 ‘시간, 장소,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가 합리적인 통일안을 제시하면 의대 증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전공의들과 만나겠다고 밝힌 건 이번 사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의료 현장의 공백과 혼란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 전공의들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어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윈회에서 “대통령의 만남 제의를 환영한다”고 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공의들 내부에서는 “정부와 소통할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며 대화를 지지하는 의견과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는 이상 만날 필요가 없다” “만나더라도 생방송 토론을 해야 한다”는 회의적인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조건 만나서 대화하는 게 옳다. 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이자 ‘국민의 대표’다. 이번 의료개혁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이기도 하다. 그런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직접 전달할 기회를 저버리고 집단사직이라는 실력행사만 고수하는 건 그 누구한테도 도움이 안 된다.

그제 마감한 올해 신입 인턴 등록이 대상자 3068명의 4.3%인 131명에 그쳤다고 한다. 당장의 의료 공백은 물론이고 이대로 가면 전문의 배출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망가뜨린 이들이 누구인지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한국의 의료가 몇 년 후퇴하고 암흑기를 맞는 상황이 실제 벌어지기 전에 이번 사태가 마무리돼야 한다. 몇 명이 됐든 대표를 뽑아 대통령을 만나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길 바란다. 대화 한 번에 모든 게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