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마른 상장사…빚은 2배 늘었다

30개社, 영업으로 번돈 117兆
2년새 20% 가까이 줄어들어
순차입금은 200兆 훌쩍 넘어
반도체·2차전지 업종 악화 뚜렷
국내 30대 상장사가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최근 2년간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빚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현금 사정이 악화하면서 기업이 신규 투자를 제때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국내 시가총액 30대 상장사(금융업 등 제외)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총 117조21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43조1026억원에서 2022년엔 119조397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더 줄어 2년간 총 18.1% 감소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제품·서비스를 판매할 때 생기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을 뜻한다. 회사가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영업하고, 빌린 돈을 갚고,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순차입금은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30대 기업의 순차입금은 2021년 96조2331억원, 2022년 143조3183억원, 지난해 211조2679억원으로 치솟았다. 작년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은행 등에서 빌린 게 두 배 더 많았다. 2년 동안의 순차입금 증가율은 119.5%에 달했다.매출채권(외상 매출금)이 현금으로 바뀌는 기간을 뜻하는 매출채권회전율(매출/매출채권)은 2022년 12.2회에서 지난해 10.8회로 감소했다. 고객사가 달아놓은 외상값을 현금으로 받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2022년 29.9일(365일/12.2회)에서 지난해 33.8일(365일/10.8회)로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작년 44조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9.0% 감소했다. SK하이닉스(4조2782억원, 71.1%)와 한미반도체(450억원, 58.9%)도 전년 대비 현금흐름이 급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이 충분한 금액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면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할 때 발 빠르게 집행할 수 없다”며 “일시적 유동성 압박이 기업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2차전지 기업은 지난해 대규모 시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빚이 늘었다. 에코프로비엠의 순차입금은 2022년 5978억원에서 2023년 1조3126억원으로 119.6% 늘었다. 포스코홀딩스(105.3%), 삼성SDI(67.5%) 등도 이 기간 순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615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지난해 실적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2825조1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0.34% 늘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23조8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24.48% 줄었고, 순이익은 80조9074억원으로 39.96%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시장 17개 업종 중 기계(186.16%), 운수장비(89.20%) 등 4개 업종의 순이익이 늘었으나 전기전자(-81.15%), 운수창고(-67.94%) 등 13개 업종은 감소했다.

양병훈 기자▶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 2023년 연간 결산 실적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0373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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