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전환률 높인다"…콘텐츠로 물건 파는 오늘의집의 新전략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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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운영 오늘의집 커머스부문 총괄오늘의집(회사명 버킷플레이스)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3C 전략’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한 회사다. 라이프스타일 앱으로 연간 방문자 1억 명. 앱 다운로드 3000만 건. 누적 거래액은 이미 5조원을 넘어섰다. 이용자가 콘텐츠로 가구와 소품을 탐색하고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할 수 있도록 흐름을 짰다. 지난 10년간 고품질 콘텐츠와 상품을 탄탄하게 쌓아 올린 덕에 가능했다.
이상원 오늘의집 커머스부문 영업본부장
"공간 상담·오프라인 통해 전환률 올릴 것"
판매량이 많은 상품이 앱 상단에 올라오는 기존 쇼핑몰과는 달리 오늘의집에선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보다가 상품을 찾아낸다. 그래서 다른 곳에선 주목받지 못한 상품들도 잘 팔린다. 새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정운영 오늘의집 커머스부문 총괄은 “가전을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가전의 가구화’도 오늘의집 콘텐츠가 만들어낸 트렌드”라고 말했다.오늘의집 직원 수는 현재 650명. 많은 유니콘 기업이 투자 혹한기에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는 달리 지난해 직원 수를 10%가량 늘렸다. 매출 증가와 광고 비즈니스모델의 성장으로 지난해 하반기엔 반기 흑자 전환(K-GAAP 기준)에 성공했다. 이상원 오늘의집 커머스부문 영업본부장은 “커진 덩치에 맞게 탄탄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며 “파트너 회사와의 협력 시스템을 점검하고 수수료 기준도 체계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오늘의집 커머스 부문을 이끄는 정운영 총괄과 이상원 영업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오늘의집의 전략과 이커머스 시장의 미래를 물었다. 다음은 정 총괄,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해 오늘의집 실적은 어떻습니까.
정운영 총괄: 하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K-GAAP 기준)을 했습니다. 가슴 아픈 선택을 하지 않고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오늘의집은 지난해 직원들이 60여명 늘었고, 거래액을 희생하면서 이익을 내는 선택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를 넘어서 다음 성장을 향할 시기가 됐습니다.
Q. 어떻게 직원을 늘리면서도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나요.
정 총괄: 마케팅의 구조를 바꿨어요. 고점이었던 2022년과 비교해 지난해 트래픽은 빠졌지만, 구매자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효율적으로 마케팅을 한 거죠.
이상원 본부장: 지난해까지 오늘의집은 다소 과도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품 가격이나 상품명을 바꿀 때도 MD가 직접 해야하는 등 일부 비효율이 있었죠. 작년에 어드민을 개편하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핵심 파트너사를 골라내고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Q. 상품 카테고리도 늘었어요. 리빙 제품을 넘어 식품이나 생필품까지 확대됐는데요.
이 본부장: 전반적으로 카테고리를 크게 늘렸죠. 주방 수납 분야 같은 것들은 사실 그동안 저희도 크게 신경쓰지 못했었는데요. 막상 판매를 시작하니 거래액이 굉장히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Q. 카테고리를 확대하다보면 기존 오늘의집의 색깔을 잃을 것이란 우려는 없었나요.
이 본부장: 카테고리가 늘어났지만 카니발리제이션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오늘의집은 콘텐츠 영역을 통해 상품이 조회되고, 이용자가 자발적인 탐색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콘텐츠 영역에서도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계속 강화하고 있어요. 오늘의집이 만약 잡지라면 '리빙 잡지'에서 '라이프스타일 잡지'가 되어가는 거죠. 식품이나 생필품 콘텐츠를 더 많이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해당 카테고리의 구매경험으로 연결시키려 합니다.
Q. 오늘의집에서 컨텐츠를 생산하고 또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정 총괄: 집을 꾸미려는 거의 모든 유저가 방문합니다. 오늘의집을 젊은 유저들의 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사실은 각 연령별로 크게 차이가 없어요. 초기엔 1인 가구를 겨냥해 가성비 위주로 소싱했고, 2020년 이후론 신혼부부를 포함한 다인가구에 집중하면서 객단가를 올렸습니다. 앞으로는 다인가구, 고예산 이용자의 구매 전환율을 더 높일 여력이 있다고 봅니다. Q. 오늘의집이 콘텐츠와 커머스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배경은요.
정 총괄: 고객 구매 결정 과정을 나눠보면 무엇을(What)과 어디서(Where)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Where는 최저가로 결정되어 오다가 쿠팡이 배송으로 판도를 바꿨다고 생각해요. What은 여러 채널에서 이루어집니다. SNS, 오프라인, 친구 추천 등. 사야할 이유와 어떤 품목, 상품을 살지 정하는 거죠. 오늘의집은 이를 통합한 유일한 서비스입니다. 검색 위주의 이커머스몰과는 달리 오늘의집에서는 콘텐츠를 통한 상품조회의 비중이 큽니다. 다른 몰에서는 팔리지 않았을 상품들이 팔립니다. 고객의 콘텐츠를 통한 발견. 비싸거나, 유니크한 상품들이 발견되고 신뢰를 얻고 판매됩니다. 단독상품들을 더 많이 만들 계획입니다. 파트너사들에 제작부터 금융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Q. 금융 지원이라고 하시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뜻입니까.
이 본부장: 모든 부분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신사 같은 패션 플랫폼에선 이미 많이 하고 있어요. 투자를 한다거나, 사무실 지원을 한다거나, 첫번째 상품 런칭을 지원한다거나요. 패션 쪽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벤치마킹해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수납 정리 분야 업체들은 자금 여력이 없는 곳들이 많아요. 이들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다던지, 아니면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개선할 수도 있겠죠. 결국 파트너사가 잘돼야 저희 쪽에 더 좋은 상품을 단독으로 공급해줄 수 있거든요. 파트너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뭘지 연구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Q. 쿠팡 같은 대형 플랫폼부터 중국 이커머스의 공습까지 최근 커머스 영역에서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국내 커머스 시장 전망은 어떻게 하십니까.
정 총괄: 테무 알리 같은 중국 직구 커머스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죠. 사실 이들과 같은 상품들을 파는 커머스는 분명히 타격을 입을 거예요. 그쪽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오늘의집은 콘텐츠를 가지고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발견한 상품을 오늘의집에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신경쓸 생각입니다. 이용자에게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거고, 오프라인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어요. Q: 구매 전환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는 없을까요.
정 총괄: 공간 상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어요. 가전의 경우 이미 품번을 가지고와서 찾는 고객이 많죠. 반면 가구의 경우엔 '내 집이 몇 평인데 뭐를 놓아야 할까요'부터 시작하거든요. 많은 질문을 하면서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데 여기에 대한 상담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구축하려고 합니다. 고객의 취향과 예산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고 최저가 구매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테스트 서비스 중이고요.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까지는 제대로 된 상담 서비스를 낼 예정입니다.Q: 오늘의집은 어떤 콘텐츠 플랫폼, 또 커머스 플랫폼이 되고 싶나요.
이 본부장: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발생하는 큰 라이프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이런 라이프 이벤트들을 잘 해결해나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되려고 해요. 결국 파트너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객과 파트너사, 오늘의집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 총괄: 5년 쯤 후엔 원하는 다양한 라이프의 모습을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오늘의집이 될 겁니다. 친구를 초대해서 홈파티를 여는 라이프, 주말에 가족과 캠핑가서 별을 보는 라이프, 원하는 곳으로 여행가 워케이션을 하는 라이프, 아이와 함께 재미난 공간을 체험하는 라이프 같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오늘의집에 모여들고, 또 그 안에서 원하는 제품을 발견해 구매하기도 하고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접점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상상도 해요. 일본 도쿄 긴자에있는 무인양품 호텔처럼 온라인·오프라인의 통합 쇼룸 같은 것도 가능하고요. 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구매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