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액 80% 증가한 일본 ELS…홍콩 사태 전철 밟을까

홍콩H 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위축된 ELS 시장에서 일본 증시를 기반으로 하는 ELS 발행액이 크게 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ELS는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주요국 증시 ELS 투자는 자제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LS 발행 금액은 4조66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7% 감소한 규모다. 4일 기준 ELS 발행 잔액은 27조311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3.99% 줄었다. 올 들어 홍콩 ELS의 대규모 만기 상환 이어지며 ELS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ELS 만기 상환 금액은 지난 1월 9736억원에서 한달 새 1조7353억원까지 늘더니 지난달에는 1조8825억원의 만기 상환이 이뤄졌다. 월별 ELS 만기 상환 금액이 1조원을 넘어선 건 201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만기 상환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 손실이 증가했음을 뜻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홍콩H 지수 관련 ELS의 1~2월 만기 손실률은 55% 수준으로 추산된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를 때 ELS 발행 잔고는 감소하지만, 최근에는 만기 상환이 늘면서 ELS 잔고가 줄었기 때문에 질적으로는 전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ELS 시장의 위축이 예상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번달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H 지수 ELS는 2조5553억원으로 추산된다. 5월(1조5608억원)과 6월(1조5118억원)에도 조 단위 만기 상환이 예정돼 있다.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이며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한 것도 신규 자금 유입을 막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등 주요국 주가지수 ELS에서 홍콩 ELS 손실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LS는 기초자산(주가지수·종목주가)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국가의 주가 조정 폭이 클 경우 관련 ELS 손실도 불가피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6개월 간 S&P5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9조8977억원어치 발행됐다. 유로스톡스50과 니케이225 기반 ELS도 각각 9조2748억원, 4조7311억원어치 발행됐다. 수개월 전 해당 ELS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에 무리가 없지만, 최근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향후 지수 하락시 원금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34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니케이225 지수 ELS 발행액은 1년 전(2조5830억원)과 비교해 83.1% 늘었다. 홍콩H 지수가 1만선을 넘어서자 2019년에만 관련 ELS가 50조원 넘게 발행됐던 것을 연상케한다. 홍콩H 지수 ELS는 이듬해에도 19조980억원어치 발행됐다. 그 다음해인 2021년 홍콩H 지수는 23.3% 급락하며 다수의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에 실패했다.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증시가 유례없는 강세를 이어가면서 고점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며 "안정적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주요국 ELS보다는 채권 투자가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