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묻더니 "너무 비싸"…식목일 대목 앞두고 '울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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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목시장 발길 '뚝'…식목일 특수 사라졌다“3년 전만 해도 이맘때엔 거리에 발 디딜 틈이 없었죠.”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종로 6가 종로 꽃 시장. 박미숙 화신씨앗 사장은 텅 빈 골목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년 봄 정원을 새로 단장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던 시장은 코로나19가 끝난 후부터 점차 발길이 뜸해졌고, 특히 올봄에는 ‘식목일 특수’란 말이 사라질 정도가 됐다고 푸념했다.종로 꽃 시장은 서울 4대 꽃시장(양재 꽃 시장·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 상가·남대문 대도꽃종합상가) 중에서도 묘목에 특화한 곳이다. 15년 전 서울시가 가로 정비 사업을 하면서 충신시장부터 종로 6가에 있던 꽃·묘목 상점을 모아 묘목·화훼 거리로 조성했다. 묘목을 비롯해 꽃모종과 다육식물, 난을 팔아 정원을 꾸미길 좋아하는 시민이 주로 찾았다.
오전 11시가 돼서야 문을 연 한 묘목 판매상 A씨는 “식목일 전 주부터 ‘대목 장사’를 하던 예전과는 달리 요샌 평소와 다를 바가 없다”고 걱정했다. 매대 앞에서 ‘왕대봉(감)’, ‘아오리(사과)’라는 명찰을 단 묘목을 한참 살피던 한 시민은 가격을 묻더니 “너무 비싸”란 말만 남기곤 발걸음을 돌렸다.상인들은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묘목을 찾는 사람들이 줄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기상이 나빠 묘목 도매 단가가 20%가량 뛰어, 소매 가격도 소폭 높아졌다. 접목을 마치고 겨울나기를 한 뒤 출하된 1년생 감나무 묘목의 가격은 7000~8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0원~2000원 올랐다. 결실주(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화분)도 3만원 안팎으로 비싼 건 결코 아니지만, 묘목 주요 소비층인 노인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는 게 상인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종로구민 전금화 씨(76)는 “정원용 묘목 다섯 개를 사려고 했는데 세 개만 샀다”면서 “값이 내려가기 전까지 시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상인들은 울상이다. 금성농원을 운영하는 윤영섭 씨(70)는 “팔리지 않는 묘목은 결국 버려야 해 발주를 더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여 주택 신축, 리모델링도 줄다 보니 한꺼번에 묘목 여러 주를 사가는 손님도 씨가 말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꽃 시장의 명맥이 끊어지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3년 전 150여개에 달하던 점포는 올해 114개로 줄었다.코로나19 시점에 ’플랜테리어’가 뜨면서 잠깐 반짝하던 화훼 소비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3월 절화(꺾은 꽃), 관엽(관상용 화분 식물), 난 합산 판매물량은 815만6009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0만8768분 대비 5.2% 줄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