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팝업스토어, 2030세대에 핫플레이스
물건 진열하는 장에서 체험형 콘텐츠로 진화
"부동산 임대업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신세계백화점에 마련된 팝업스토어. / 사진=한경DB
팝업스토어(Pop-up Store)가 화제입니다. 국내 유수의 백화점은 이미 팝업전용공간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2030세대가 많이 모이는 홍대 앞이나 성수동 등지에는 팝업전용공간이 속속 개설되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가 된 팝업스토어는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을 겨냥한 놀이터이자 트렌드를 경험하는 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종합마케팅 에이전시인 ‘대학내일’에서 운영하는 트렌드 미디어 ‘캐릿(careet)’이 작년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7.2%가 팝업스토어 방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81.6%는 팝업스토어 방문 후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합니다.팝업스토어는 물건을 선보이는 것에서 체험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하이브의 새 걸그룹 아일릿 데뷔 기념으로 팝업매장을 열었습니다. 스토어는 강남점 센트럴시티 1층 광장에 3월말까지 마련됐습니다. 전세계 팬들을 위한 공식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Weverse Shop)’과 함께 아일릿의 데뷔 앨범 등 공식상품을 판매했습니다. 한화갤러리아는 팝업공간 확대로 주요 점포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매장’입니다. 온라인에 떴다 사라지는 팝업 창과 스토어가 결합돼 생긴 말로 매장의 영업 기간이 한시적인 경우를 말합니다. 짧게는 하루나 이틀, 길게는 한두 달 정도 운영합니다. 팝업스토어는 2002년 미국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매장을 설치하지 못해 마련한 임시매장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자 다른 기업들이 이를 벤치마킹하면서 생겨난 개념입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부터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주도로 팝업매장이 빠르게 확산됐고 지금은 팝업매장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마련된 뉴발란스 팝업스토어./ 사진=뉴스1
연구 자료에 의하면 팝업스토어는 한시성, 희소성, 다양성, 상호작용 그리고 이벤트성의 특성을 갖는다고 합니다. 가장 큰 특성은 한시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곧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공간에 시간의 요소를 결합시키면서 공간이 더욱 말랑말랑해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장소에 존재하고 특이성이 없었던 공간이 곧 사라질 지도 모르는 희소성의 공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희소성보다 더 강력한 도구는 없습니다. ‘딱 하나 남았다’는 말은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과거 파충류의 뇌와 큰 차이가 없는 현대인들의 행동을 서두르게 만듭니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인 결핍을 자극하면 소비자들은 강하게 반응하게 됩니다.팝업스토어가 증가하는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부동산학적으로 접근하면 이는 부동산이 공간비즈니스로 이동해가는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자산으로서의 성향이 커 관습화된 임대차계약을 따릅니다. 사실 공간을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공간비즈니스라는 성향이 더욱 본질적입니다. 이런 공간시장에서는 이용의 개념이 중요하며 이용은 연, 월, 일 심지어 시간 단위로까지 가능합니다.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일반 부동산의 임대방식에서 월단위로 계약을 맺는 공유오피스, 주 단위로 계약을 맺는 서비스드레지던스, 일단위로 계약을 맺는 컨벤션센터 등의 분화를 낳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공간비즈니스를 새로운 사업유형으로 인식하지만 사실 부동산 임대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간과 시간의 만남으로 임대차계약이 다양해지면서 궁극적으로 공간이 시간으로 분화되는 중입니다.

여기에 빅데이터가 들어가면서 공간은 더욱 진화합니다. 이른바 공간대여시장입니다. 앞으로는 건물보다 이용자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에서 공가(빈집)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듯 인구감소 시대에는 선호하는 특정지역을 제외한 많은 공간에서 공실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공간을 지속적으로 데이터화 하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사람들이 몇 명이나 모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서 빅데이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십만명, 수백만명의 데이터가 모이면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를 제안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런 공간 매칭 서비스는 유휴공간을 없애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이제 공간은 고정되면서 소비되는 장소에서 체험과 추억의 장소로 변화할 겁니다. 동일한 공간에서도 다른 체험을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경험의 공간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상업용 공간에 대한 고민의 방향이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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