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에 기회 있어"…'판매부진'에도 테슬라 더 간다는 IB

테슬라 1분기 판매 실적 발표 이후
JP모건 등 글로벌 IB 목표가 잇단 낮추는데

RBC 캐피탈 마켓 "298달러, 아웃퍼폼 유지"
"자율주행·에너지 저장 등에 기회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테슬라 주가가 전기차 성장세 둔화에 대한 경계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투자은행(IB)이 잇단 눈높이를 낮추는 가운데 한 증권사는 테슬라의 주가 상승여력이 80%가량 있단 종전 의견을 유지했다. 이 증권사는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장치와 같이 전기차 영역을 뛰어넘는 성장 기회를 높이 평가했다.

3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종가는 168.38달러다. 주가는 올 들어 실적 우려에 발목 잡히면서 하락세를 거듭했다. 연초 이후 전날까지 테슬라는 32% 폭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2550억달러(약 344조원) 증발했다. 테슬라는 전날 올 1분기 인도량이 38만681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한 수치로, 코로나19 발발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전년 대비 줄었다. 당초 시장의 기대치보다도 낮은 수치에 시장은 실망했다.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 감소한 43만3771대로, 재고량(생산량-인도량)은 4만7000대에 달했다. 테슬라는 홍해 분쟁에 따른 부품 공급 차질, 기가팩토리 베를린 화재로 인한 생산 중단 등 공급 병목현상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들었지만, 재고량으로 미뤄 사실상 수요 자체가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판매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은 테슬라의 전망 관련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실적 발표날 주가가 5% 가까이 빠진 배경이다. 글로벌 IB JP모건은 판매량 부진으로 주가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130달러에서 115달러로 낮춰잡았다. JP모건은 테슬라 주가가 2021년 11월 4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414.5달러에서 약 59%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평가됐다고 지적했다.구겐하임증권(132달러→122달러)과 도이치뱅크(200달러→189달러) 등 다른 글로벌 IB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잇단 하향 조정했다. 대표 테슬라 비관론자인 영국 헤지펀드의 퍼 레칸더 매니저는 "테슬라가 14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파산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 IB인 RBC 캐피탈 마켓은 테슬라의 목표주가 298달러와 투자의견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목표가와 종가와의 괴리율은 76.5%다. 상승여력이 77%에 달한다는 얘기다. 톰 나라얀 RBC 캐피탈 마켓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에 "실적 발표에도 4.9% 정도 하락했는데, 이는 이미 기대치가 매우 낮다고 얘기"라고 설명했다.

RBC 캐피탈 마켓이 주목한 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다. 장기적으로 테슬라의 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이 자동차 분야를 뛰어넘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에너지 저장과 같이 아무도 큰 기회라고 말하지 않는 것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라며 "또 완전자율주행(FSD)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단 점에서 소프트웨어 멀티플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가 향후 5년 내 2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언급한 캐시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는 이날 CNBC에 "투자자들이 로봇 공학, 에너지 저장, 인공지능 등 테슬라의 세 가지 기술 간 융합이 얼마나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현아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