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때문에…'텅텅' 빈 상가, 기숙사로 만들면 어떨까 [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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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최근 배우 마동석 광고를 앞세운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쿠팡에 이은 2위로 치솟았는데, 3월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 테무까지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3위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국내 시장 공략
빈 상가, 임대형 기숙사로 활용방안 찾으면 어떨까
3월 이커머스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를 보면 알리익스프레스 887만명, 테무 829만명에 달합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신선식품 판매까지 시작하면서 이마트나 롯데마트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형 마트보다 자금이 열악한 아파트 상가나 대형 복합상가들은 말할 것도 없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쇼핑은 온라인에 빼앗겼고 외식비가 급증하니 직장인들도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관광객이라도 많이 와야 상가가 살아날 텐데, 관광객들의 쇼핑 패턴이 바뀌면서 신사동 가로수길, 신촌, 이대 등의 상권은 몰락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비어버린 상가를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청년들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임대형 기숙사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비어있는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를 개조해 임대형 기숙사로 전환해 공유주거로 제공하면 임대료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청년들의 주거 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로 빌라나 오피스텔 전세 기피 현상이 나타나면서 월세가 연일 폭등하고 있습니다. 대학가 원룸 월세는 이미 100만원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주거비가 급증하니 청년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소비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청년들은 학교나 직장 주변에 거주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 지역에는 저렴한 원룸이 공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탓에 갭투자 수요가 줄었고, 덩달아 공급도 꺾인 것입니다. 지난해 말 아파트 인허가가 88%를 차지했다니 빌라와 오피스텔 공급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공급이 없으면 월세는 더 오를 겁니다.
하지만 학교나 직장 근처에 있는 중대형 상가나 아파트 상가는 공실이 늘어나면서 임대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어있는 상가나 중소형 오피스를 '임대형 기숙사'로 전환한다면 빠르게 공급이 늘어날 것이고, 상가 공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치여 공실이 쌓여가는 상가를 살릴 방법입니다.다만 이렇게 만들어지는 공간은 청년과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주거비 절감에 기여해야 합니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나 공공지원 민감 임대와 같은 조건을 적용, 주변 시세보다 10~15%는 저렴한 임대료를 매겨야 합니다.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토지주택공사(SH)가 직접 매입해서 리모델링하고 매입임대 형식으로 월세를 주거나 기업형 임대사업자 또는 중소규모 임대사업자가 직접 리모델링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운영해도 됩니다. 또한 제2의 고시원이 아닌 대학교 기숙사 형태로 전용 공간과 공유 공간을 배치해 경제적인 공유주거 형태를 구현해야 합니다.
공유주거는 선진국에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규모 자산운영사들이 고급 임대형 기숙사만 선보이고 있어 주거비 경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급 건물을 새로 짓기보단 공실이 넘치는 기존 상가를 재활용하면 주거비를 절감하는 진짜 공유주거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고민하면 주거와 상가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될 것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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