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사과할 땐 언제고…말 바꾸는 민주당 인사들

김부겸 "조국같은 리더 목소리 내는게 바람직"
국무총리 후보자 시절 "젊은층에 상처" 사과
"국민이 용납 안했다"던 박지원 "명예당원 좋아"

친문 의원들 조국 구애에 당 지도부는 '경고'
당권 경쟁 예고 "이재명 견제세력 당밖에서"
열린민주당처럼 '한동훈 특검법' 등 정쟁 우려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에서 열린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 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입시비리 의혹 등에 민심이 등을 돌리자 몸을 낮췄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최근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오르자 다시 조 대표를 옹호하고 있다.

"기대 못미쳤다"던 김부겸 "조국 바람직"

김부겸 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5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야권으로서 조국 대표같은 리더가 나타나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국혁신당의 약진 이유에 대해 "검찰이 (조 대표 일가에) 너무했다는 국민 정서도 상당하다"라며 "2심 형량 이런 얘긴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한 가족을 작살을 내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2021년 5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후보자 자격으로 "조 전 장관에 대한 기대 수준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것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젊은 층에 여러가지 상처를 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 역시 2019년 10월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국민, 특히 청년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으나 지난달 28일 조국혁신당의 약진에 대해 “그만큼 윤석열 정권과 아주 단호하게 싸우는 그런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박지원 민주당 해남완도진도군 후보는 지난달 20일 "(조국혁신당) 명예당원 좋다"고 말해 민주당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같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조 대표가 "저희랑 정세 인식이 똑같아서 나중에 명예당원으로 모셔야겠다"고 말하자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박 후보 역시 조국 사태 당시 조 대표를 옹호한 자신의 행적을 사과한 바 있다. 그는 2019년 10월 페이스북에서 "저는 개혁에 방점을 찍고 지금가지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청문회 등 모든 언론 인터뷰에 출연해 지지 옹호했다"라며 "국민은 그의 여러 의혹 해명에도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정중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열풍에 일부 친문 민주당 의원들은 다른 당적에도 불구하고 직간접적으로 조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 복기왕 충남 아산갑 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9일 아산을 찾은 조 대표를 만나 "조국은 하나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조한기 충남 서산태안 민주당 후보는 조 대표를 만나 "너무 험한 과정을 거치셔서 마음속에 제가 빚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은 "타당 후보와 함께 지지 호소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경고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무장관 후보자이던 2019년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선 당권 경쟁, 국회선 여야 대립 씨앗 되나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조국혁신당을 둘러싼 당내 신경전이 총선 이후 당권 경쟁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동전선을 펴고 있지만 대선을 두고 두 세력이 경쟁하게 된다면 긴장감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은 의원이 대부분 친명인 만큼 이재명 대표와 견줄 사람은 조국혁신당이나 원외에서 나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경한 대여투쟁을 당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는 조국혁신당 후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할 경우 22대 국회는 이전보다 더 혼탁한 정쟁의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국혁신당과 40·50대, 진보성향 지지층을 공유하는 열린민주당이 최강욱 전 의원, 김의겸 더불어민주연합 의원 등을 앞세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언론개혁 등 이슈에서 여당과 격렬히 맞붙은 바 있다. 조국혁신당 역시 '한동훈 특검법'을 1호 공약으로 내거는 등 정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 조 대표같은 이들 때문에 한국 정치가 대단히 왜곡되고 있다"라며 "양당이 정책에 집중해야 할 역량을 사법적인 문제로 치열하게 공방하는 데 쓰고, 징역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저주의 단어를 쏟아내고 정치가 거칠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