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완벽을 추구하면 실패한다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완벽과 업무 성과와의 관계

많은 기업들이 완벽 추구, 철두철미, 무결점 등을 강조한다. A회사는 ‘무사고 100만 시간’을 정해 달성이 되면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생산 현장에서 사고는 예측 불가능하고 발생이 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생산 현장 직원 모두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A회사가 ‘무사고 100만 시간’을 내세우며 완벽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고, 부정적 조직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생산현장에서 기계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절단은 되지 않았고, 급히 치료를 받아 뼈와 신경에도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고 발생으로 무사고 100만 시간은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개인 휴가 처리로 사고를 처리했다. 전체의 이익 앞에 개인의 사고는 묻어 버린 것이다.
갈수록 생산 현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되면 자칫 무사고 100만 시간이 깨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온 일만 할뿐 제안 건수와 개선 활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생산 현장 근로자들의 일에 임하는 자세도 무사고 시간이 증가할수록 초조해진다. 일하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 편안함을 갖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 쫓기는 듯한 인상을 준다. 목표 달성을 위한 긴장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만, 일상에서 여유와 편안함이 사라진다면 어떤 모습이겠는가?
A회사는 ‘무사고 100만 시간’ 달성을 조기에 포기하고 50만 시간 달성 포상으로 마무리했다. 무사고 100만 시간도 좋지만, 이것이 보상과 연계되어 구성원을 초조하게 하고, 사고 은폐와 도전적인 개선 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 완벽 추구의 생각이 너무 강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기피하고, 실수한 일은 다시는 하지 않는다면, 일의 성과는 낮은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완벽 추구가 업무 성과와 정반대로 가는 경우이다.

완벽을 추진할 때 유념해야 할 점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조직과 구성원을 보면 왠지 인간적 멋과 맛이 없어 보인다. 숫자에 민감한 재무 부서, 감사 결과에 따라 그 영향력이 큰 감사 부서, 공정한 제도와 구성원의 성장을 다루는 인사 부서가 완벽을 기하면 기할수록 웃음과 자연스러움은 사라진다. 무엇인가 쫓기는 듯하며 무표정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완벽을 추진하는 조직과 구성원이 유념해야 할 3가지가 있다.

첫째, 실수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부서, 나는 완벽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실수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일은 회피해 버린다. 해보지 않은 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하려는 생각이 없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상태에서 일을 하니까 해왔던 일의 수준을 넘어가지 못한다.
둘째, 실수 또는 실패를 했을 때,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에게나 실수나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실수나 실패 후의 회복 탄력성이다. ‘아이구 실수 했네. 이런 점에서 잘못했고, 이제 이렇게 하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잊을 것은 빨리 잊고 교훈을 남겨 실수와 실패를 뛰어 넘어야 한다. 하지만, 완벽 주의를 강조하는 조직과 구성원은 실수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한 사람은 주변의 눈총에 견딜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나는 이 곳, 이 일과 맞지 않는다’, ‘내가 이런 실수와 실패를 하다니 믿을 수 없다’, ‘한심하다’ 는 등의 자기 비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수와 실패 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실수에서 배우는 한 단계 뛰어넘는 지식과 경험을 얻지 못하게 된다.셋째, 완벽 추구의 경향으로 사소하고 하찮은 일에 몰두하며 정작 중요하고 핵심적 일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주변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것을 참지 못한다. 책상 정리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외모와 행동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의 완벽한 해결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에 매진할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모든 일에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절을 하지 못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한 일부터 처리해야 하는데, 당장 하는 일의 완벽을 더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찮은 일은 여유 있을 때 하거나, 계약직 사원에게 넘기라고 해도 이들은 자신의 일은 자신이 끝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완벽주의가 자신의 시야를 좁게 하거나, 실수나 실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실수나 실패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우리는 불완전하다는 생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토대로 협업하며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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