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사전투표율, 진보에 꼭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어"

사전투표 도입 10년

사전투표 도입 후 총선·대선 투표율↑
진보 유권자 절반이 사전투표 의향
"위기감 느낀 보수 결집할 가능성"
사진=뉴스1
2014년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도입된 사전투표가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사전투표 도입으로 인해 기존에는 하루였던 선거일이 3일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투표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선거 결과가 진보 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부 선거에서 예외 사례가 나타나면서 "사전투표율이 높은 것이 야권에 유리한 결과라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제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2.19%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22년 제20대 대선(2.14%)의 같은 시간 투표율을 웃도는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2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사전투표는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실시됐다. 투표 날을 늘려 투표율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관내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는 선거 당일과 달리 사전투표는 전국 투표소에서 가능해 유권자의 편의도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사전투표가 도입되면서 총선과 대선 투표율이 높아졌다. 사전투표 도입 전인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으나 2020년 21대 총선투표율은 66.2%로 훌쩍 뛰었다. 대선 투표율도 사전투표 도입 후 높아졌다. 2012년 18대 대선 투표율은 75.84%였으나 2022년 20대 대선 투표율은 77.08%를 기록했다. 다만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54.5%에서 2018년 60.20%까지 상승한 뒤 2022년 50.93%로 하락했다.

정치권에서는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선거 결과가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고 해석한다. 투표자의 성향이 진보에 가까울수록 사전투표 의향이 높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메트릭스에 의뢰해 지난달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지난 3일 공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서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응답자의 39%였다.보수 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 참여 의향은 32%로 평균을 밑돌았고 중도 성향 유권자는 39%가 사전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진보 성향 유권자의 사전투표 참여 의향은 50%에 달했다. 사전투표 참여자 중 진보 성향 유권자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사전투표율이 높다고 선거 결과가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에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막판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까지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사전투표율이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