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민 전 심평원장 "'사회권 선진국' 위해 조국혁신당 합류" [인터뷰]

■조국혁신당 비례대표(5번) 후보
'사회권 선진국' 맘에 쏙 들어 입당
'이중 부담' 4050 공약은 전 세대 문제
소수당이라 민주당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의대 정원 2000명 숫자 중요하지 않아
지방으로 갈 수 있게 공공의대로 유인해야
'공공의료 특별법' 1호 법안으로 추진할 것
김선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5번)가 서울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조국혁신당 비례 5번에 배정된 김선민 전 건강보험심사평가가원 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첫 여성, 첫 내부 승진으로 원장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가정의학과 겸 직업환경전문의학과 전문의로 활동해 온 그는 심평원장직을 마치고 최근까지 강원도 태백의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산재 환자들을 진료해왔다. 정치에 발을 들인 지는 이제 한 달도 채 안 됐지만 22대 국회에서 원내 입성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나오는 여론조사 지지율만 보면 조국혁신당은 10여명이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원장은 3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국 대표가 내세운 '사회권 선진국'이란 기치가 마음에 들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거권, 보육 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건강권, 일할 권리, 동일가치노동·동일 임금, 사회연대 임금제 등 권리를 누리는 것은 당연하며, 국가가 이를 시혜가 아닌 당연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대표 역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더 행복한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겠다"며 "헌법 개정이 필요하면 개헌을 통해 제7공화국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전 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출마는 어떻게 하게 됐나.

"심평원장 임기를 마치고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산업재해 전문 공공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잘살고 있었다. 일도 아주 보람 있고 잘 맞았다. 그러다 조국 대표에게 여러 사람을 통해 연락받았다.

조 대표가 인터뷰에서 저에 대해 '살아온 여정이 참 흔치 않은 여정이었다'고 평가를 해주셨더라. 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의사로 살다가 인권위에서 근무, 여러 의료 정책 관련 업무를 하다가 다시 태백병원에 간 행보를 두고. 여러 차례 권유를 받았는데 제가 마음에 안 들었으면 당연히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의 강령이나 메시지가 저한테 확 꽂혔다. '사회권 선진국'을 내세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건강·의료를 인권으로 여기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이 너무나 많이 바뀌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제 신념이기도 한데 그걸 딱 말하는 정당이 처음이어서 합류했다.

처음엔 태백병원 정리하는 게 굉장히 마음의 부담이었다. 인구 소멸 지역이라 의사 확보도 힘들고, 저도 병원으로선 아주 힘들게 구한 의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했다."

▶'사회권 선진국'에 대해 설명해달라."주거, 의료, 아이 교육, 돌봄 등 사회복지의 여러 분야가 있잖나. 이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국가에서 시혜를 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로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면 돈 걱정 없이 병원 갈 권리,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면 당연히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권리 등.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선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나.

노동시장 유연화를 하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노동시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나락에 빠졌을 때 구제받을 권리다. 그런 기본적인 권리를 국가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면 오히려 노동시장도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퇴직하거나 해고당하면 다시 직업교육 받아서 다른 직장 들어가는 게 자유롭다. 그동안 나라에서 급여를 주고 상병수당을 주니까 하나도 걱정이 안 된다. 사회권이란 단어가 저는 인권위 시절부터 굉장히 익숙한데 한국 사회에선 아직 좀 생소한 것 같다. 그걸 권리로 여기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대부분 OECD, 서방 국가는 사회권을 권리로 여기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 같은 나라가 그렇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 등 거의 다 큰돈 안들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잖나. 그게 더 진행돼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 멈춘 게 아쉽다. 건강보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 때조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굉장히 중요한 화두였다. 보수정부 때도 건보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중단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관련 현재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최근엔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과 대화에 나서는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는데.

"저는 유화적 스탠스를 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했으면 담화문에 대화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어야 한다. 50여분 동안 발표한 내용엔 대화하겠다는 것보단 왜 2000명이 틀림없는 것인지 강조했고, 전공의들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메시지만 있었다. 그걸 유화적 메시지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00명이란 숫자 자체는 과하다고 보나.

"저는 초지일관 숫자는 경제 추계와 비슷해서 동반하는 정책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2000명이란 숫자는 과할 수도 있고 모자랄 수도 있지만 거기 매달리고 싶진 않다.

그보다는 함께하는 정책이 중요한데 국민들이 문제로 생각하는 소멸되는 지역, 소아과·응급실의 의사 부족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했나. 그런 분야에 의사들이 가서 일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이 우선이다.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그런 정책이 얼마나 정밀하게 배치되느냐에 따라 숫자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경제 활동 주체로서의 의사는 당연히 양지를 먼저 찾아가기 마련이다. 꼭 필요한 지역이나 꼭 필요한 진료 분야엔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묶어두지 않으면 모이질 않는다. 애초부터 그런 쪽으로 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 논의도 없이 2000명을 고수하는 건 이유를 잘 모르겠다."

▶의사 출신인데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를 모두 찬성하나.

"찬성한다. 의사들은 자꾸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지역을 넘어 심지어 나라도 움직인다. 그래서 후진국, 개발도상국에서 어렵게 의사를 만들어 놓아도 기회만 있으면 선진국으로 가려고 한다. 꼭 필요한 지역에 의사가 오도록 유인해야 한다.

의사들의 거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 의대 수련을 받은 곳 등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지역에서 태어난 인재들이 그 지역에서 공부하고 거기서 수련도 받게 하면 지역에 더 많이 의사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

"저도 의사지만 의사들이 진료 현장을 떠난 건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정부가 워낙 불통으로 일관하기 때문에 국민의 화살이 정부를 향해 있긴 하지만,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이렇게 진료 현장을 오래 떠나 있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 안타까운 건 정부도 의사도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점이다. 피해는 오로지 국민 몫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을 설득하려면 지역에 의사들이 갈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지금처럼 고집부린단 인상만 줘선 안 된다.

50여분 담화의 절반을 2000명이 왜 정확한 숫자였는지만 설명했는데, 보건의료 정책을 했던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게 꼭 맞지도 않는다. 얼마든지 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을 대통령이 메시지로 실무자처럼 강조하는 게 맞는지. 그런 숫자 디테일은 대통령 수준에서 발언하기보다 실무자가 해야 한다.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 문제를 총선에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50일가량 의료 공백이 이어지다 보니 문제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빨리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안 보인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5번)가 서울 중림동의 한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조국혁신당이 예상 이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어떤 분들은 돌풍 넘어 태풍이라고 하더라. 국민들이 참고 참았다가 조국혁신당이라는 분화구를 통해 분출하는 것 같다. 당에서 모두 놀라고 있다.

저희가 내놓는 메시지가 국민들이 힘들었던 부분을 딱 맞췄던 것 같다. 검찰개혁부터 시작해, 최근엔 4050을 위한 정책 공약을 내놨다. 이걸 듣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우셨다더라. 4050은 이중 부담 세대다. 자녀도 부양해야 하고 부모인 노인도 돌봐야 한다. 그들의 고민은 40~50대 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전 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게 바로 사회권이다. 오롯이 가족 부담으로만 맡겨져 있던 것들을 사회가 같이 해결하자는 얘기를 하니 굉장히 많은 분의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그만큼 국민 삶이 피폐했단 얘기고 그것을 저희가 탁 건드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깨가 아주 무겁다."

▶반대로 2030 세대엔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등)를 보면 20대에서도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20% 이상 나온다. 20대도 당 지지율 1위인 여론조사 많다. 샤이 지지층도 많다고 본다. 창당 초 표집이 안 됐을 때 조사한 것을 갖고 계속 20대 지지율 안 나온다고 하는 것이다."

▶'정권 심판론'을 얘기하는데 이 정권의 어떤 부분을 심판하겠다는 건가.

"첫 번째는 검찰 독재다. 보통의 시민들은 이를 남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직원들만 해도 직접적으로 두려워하는 그런 문제다.

두 번째로 '실종된 민생'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 살리는 대책은 안 만든다. 의대 정원 문제만 해도 의대 증원을 해야 하는 공감대는 있지만, 이것이 정작 보건의료의 중요한 이슈를 다 삼켜버렸다. 진짜 사람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건 간병, 노인 돌봄 문제인데 실종됐다. 일용직 노동자들의 상병수당 등 문제도 실종됐다.

세 번째 외교 문제. 자긍심 굉장히 강한 우리 국민들이 너무 창피해한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건이 대표적이다. 중국 수출로 생업을 이어가시는 분들도 무척 힘들어하신다. 국민들에겐 아주 억눌리고 억눌린 문제들이다."

▶정권 심판론은 민주당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조국혁신당에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이들이 많은 걸까.

"가장 빠르게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소수 정당이다. 다수 정당인 민주당은 빠르게 움직이기엔 몸이 무겁다. 어떤 정책을 내세울 때 서민을 위하는 것이라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은 그런 눈치를 안 볼 것 같은 느낌을 국민들이 받는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하기 부담스러운 목소리를 우리가 먼저 세게 내주면서 같이 이슈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의대 이슈를 제외한 의료 복지 정책에서 가장 큰 현안은 뭐라고 보나.

"돌봄, 간병비로 허리가 휘는 문제다. 건강보험은 보장성 확대가 많은 부분에서 이뤄졌지만, 간병비는 여전히 해결이 안 됐다. 노인요양병원 간병비가 보통 한 달에 400만~500만원씩 든다. 간병은 완전히 사적 계약의 영역이라 공적인 도움도 거의 못 받는다. 병원에 들어가면 오로지 요양보호사의 책임이 된다. 그래서 품질 관리도 안 되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 돌봄 노동 하시는 분들이 보호도 못 받는다. 빨리 공적 영역으로 편입돼야 한다.

두 번째는 공공의료가 지역까지 격차 없이 불평등 없이 확대돼야 한다. 의료는 시장실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분야고, 의사가 아무리 늘어도 결국 공공의료기관의 시설 장비가 뒷받침돼야 진료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의료기관이 60~80개는 깔려야 한다. 질도 높여야 하고."

▶국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공공의료 특별법이다. 공공의료기관을 설립 증설하고자 할 때 예비타당성을 면제하고, 공공의료원은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 병원 경쟁력과 질을 높이는 내용. 또 지방정부에서 공공의료기관을 쉽게 못 없애게 하는 내용도 포함할 것이다. 진주의료원, 대구의료원이 없어진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당의 정체성 하고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