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기생충'이냐…"해외 한류팬도 눈 높아졌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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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여전한 인기지만…일각선 '정체기'"BTS, '기생충', '오징어게임'의 나라." 한국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본 외국인들이 떠올리는 세 가지다. '군백기'(군복무로 인한 공백기) 없이 여전한 파급력을 가진 BTS를 제하면 일각에선 '언제적 기생충', '언제적 오징어게임'이란 말이 나온다. 분명 지속해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으나 '메가 히트작'은 부재했다는 지적이다.
'기생충'·'오징어게임' 넘는 작품 없어
'지나치게 자극적·식상' 등 부정적 인식 높아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4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영화로 5년 연속 '기생충'(7.9%)이 1위를 차지했다. '기생충'은 2019년 개봉한 이후 올해까지 장기 집권 하고 있다. 2위는 '기생충'보다 더 오래된 2016년 개봉 작품인 '부산행'(6.0%)이다.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는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이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어 2022년 공개된 '더 글로리'(3.4%), 작년 작품인 '킹더랜드'(2.6%)가 각각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조사다. 이 항목에서 '마음에 든다'(호감)라고 답한 비율은 68.8%로 전년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해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45.9%)했거나 비슷하다(43.5%)고 답한 비율은 모두 89.4%였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높아졌다. 한류의 부정적인 인식에 공감한 응답자는 32.6%로 전년 대비 5.5%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사유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24.9%), '획일적이고 식상함'(22.0%), '지나치게 상업적'(21.1%) 등이 지적됐다.이번 조사는 15~59세 남녀 현지인 중 한국 콘텐츠를 1개 이상 경험한 적이 있는 한류 경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들은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로 위와 같이 3~5년 전 작품을 꼽았다. 선호하는 한국 영화 3, 4, 5위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발레리나', '유령'이 올랐으나 '기생충'과 '부산행'을 넘어서지 못했다. 드라마 또한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무빙'이 순위에 올랐으나 '오징어 게임'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한류의 지속성에 대한 긍정적 지표들이 확인되고 있으나 성장 측면에선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유통된 기존 작품들의 세계적인 선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능가한 획기적인 히트작은 없다는 이유에서다.영화계에 따르면 영화 '파묘'는 한국에서 11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베트남서도 개봉해 누적 관객수 223만명을 기록했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최고 인기 넷플릭스 작품 10개 중 8개가 한국 드라마였고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도 10위권 안에 7개의 한국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아직도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나 '기생충', '오징어게임'을 넘은 작품은 없었다. 최근 나온 콘텐츠의 경우 속편인 경우도 많았다. 독창적인 시도보다는 전작의 특징을 강화해 선보인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새로움 측면에서 반향이 작았던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글로벌 OTT에서 한국 드라마 시즌2를 제작하는 데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오징어 게임'같은 대박은 아니더라도 동남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해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기생충' 같은 작품이 매년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코로나 시기 땐 한국 작품이 새롭게 인식됐으나 이제 많은 이들이 한국 콘텐츠에 대해 잘 알고, 선별적 관심을 갖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본적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독창성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