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알선 의혹' 운동권 출신 사업가 허인회 징역형 집유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 청탁 혐의는 무죄…"판매영업 대가"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각종 사업을 청탁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지난 2020년 기소된 운동권 출신 사업가 허인회(60)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 허명산 부장판사는 5일 변호사법 위반·국가보조금 관리법 위반·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허씨의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자격 업체에 태양광 설비시공 하도급을 준 혐의,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의 위치 변경을 청탁한 혐의,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 등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무선도청 탐지장치 납품 청탁 관련 혐의나 생태계 보전 협력금 반환사업의 대상지 선정 관련 청탁·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 변경 청탁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자 전 구청장인 동생을 내세워 청탁을 시도한 김모(67)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벌금 1천500만원을, 녹색드림협동조합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청탁 공범으로 지목됐던 유모(60)씨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5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선출된 허씨는 서울시 태양광 미니발전소 사업에 선정된 뒤 무면허 업자에게 태양광 설비 설치공사 하도급을 주고 직접 시공한 것처럼 속여 보조금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보조금 부정지급 금액과 횟수가 적지 않지만 인력 부족으로 150여건 중 일부인 19건에 대해 하도급 시공을 했다"며 "검수 이후 보조금을 받은 점에 비춰보면 정상적으로 완공된 것으로 보이고 하자 등으로 차질이 빚어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18년 김씨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업체 운영자에게 3천만원을 받고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침출수 처리장을 인천에서 서울 마포구로 변경해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금품을 받고 실제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걸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으나 3천만원은 이미 상환했고 청탁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허씨는 2014년 납품 대금의 10∼20%를 받는 대가로 평소 친분이 있는 국회의원을 통해 공공기관에 특정 회사로부터 무선도청 탐지장치를 구매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부는 "판매 영업을 함으로써 납품계획이 성사된 결과에 대한 대가로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죄가 없다고 봤다. 2015년에는 조경판매업 회사 부사장으로부터 '생태계보전협력금 반환사업 대상지에 선정되도록 힘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상지 선정 시 수수료로 수주 금액의 10%를 받기로 한 혐의에 대해서도 "인맥을 활용해 지자체장들에게 협조를 구해 사업에 일정 부분 편의를 제공받긴 했으나 본인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공무원들을 설득하는 등 컨설팅 수수료를 받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허씨는 '386 운동권'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2000년에는 새천년민주당,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했으며 2004∼2005년에는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