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전망 쏟아내더니 … 미술품 조각투자 청약 또 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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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 작품 청약률 83% 그친 아트투게더미술품 조각투자 상품들이 당초 장밋빛 전망과 달리 흥행에 부진을 겪는 모양새다. 글로벌 미술시장 전반이 조정기를 겪고 있는 데다, 관련 투자 환경도 제한적이다 보니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청약 마치자 마자 같은 작가 작품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글로벌 미술시장 침체, 낮은 환금성 리스크로 저조한 성적표
업계에선 “시장 문턱 낮추려면 지속가능한 증권 발행 능력 보여야”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아트투게더가 지난달 26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2회차 미술품 투자 계약증권’이 100% 청약 달성에 실패했다. 미국 현대미술 거장 조지 콘도의 ‘더 호라이즌 오브 인새너티’(The Horizon of Insanity)가 기초자산인 공모를 진행했는데, 일반청약 9252주 중 7715주만 청약이 이뤄지며 16.6%가 미달했다. 앞서 1호 조각투자 상품으로 선보였던 구사마 야요이의 2002년 작 ‘호박’(Pumpkin)이 95.37%의 청약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청약률이 더 떨어졌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2020~2021년 미술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던 당시 대중에게 알려지며 ‘대체 투자 시장’으로 주목 받았다. 목돈 없이도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2022년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며 제도권에 편입시켰고, 지난해 연말 열매컴퍼니와 소투, 아트투게더가 연달아 1호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며 시장이 본격 형성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주요 플랫폼들이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은 모두 100% 청약에 실패했다.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앤가이드가 선보인 구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 ‘호박’은 청약률 82%에 그쳤고, 서울옥션블루의 미술품 조각투자 서비스 소투가 진행한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도 15% 미달됐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게 미술업계의 시각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경기 악재가 겹치며 글로벌 미술시장 전반에 찬 바람이 불고 있어서다. 손이천 케이옥션 이사는 “투자, 재테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터라 미술품 투자 심리도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아트바젤과 UBS가 발표한 ‘글로벌 아트마켓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 미술시장 총매출액은 650억 달러(약 85조6115억 원)로 전년 대비 4%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품이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달러 사인은 앤디 워홀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지만, 해당 작품은 색깔이 매력적인 편은 아니라 미래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아트투게더가 내놓은 조지 콘도 역시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거장이라는 위상에 비해 국내에선 미술 애호가를 제외하면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니다.
투자 환경에 제약이 많은 점도 시장 활성화가 더딘 이유로 꼽힌다. 청약 후엔 매도가 불가능하고, 투자계약증권은 2차 유통도 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조각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통시장이 없다는 것과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개념적 이해가 깊지 않다는 게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초반 성과가 시원치 않지만, 주요 플랫폼들은 지속적인 증권 발행으로 시장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트투게더가 2회차 청약을 마친 이튿날 조지 콘도의 작품으로 3회차 투자계약증권 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이유다. 아트투게더는 기존 1주당 10만 원이었던 공모가를 1주당 1만원으로 대폭 낮춰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는 전략도 내놨다.
아트투게더 관계자는 “상품을 선보이고 매각을 통해 수익을 내는 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우선 고객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지속 증권을 발행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미술시장의 불황 여파가 국내 시장에선 다소 제한적인 만큼 장기적으로미술품 조각투자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서울옥션이 지난달 29일 경매에서 1년 4개월 만에 낙찰총액 100억원을 넘기고, 지난 3일 개막한 화랑미술제도 첫날 입장객이 4700여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어서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