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완벽하다? 나의 집을 짓고 싶은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arte] 한국신사 독서일기
정성갑의 리뷰
‘아쉽지만 완벽하다!’ 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모순 형용인가? 하지만 이 책에 대한 한국신사의 스포일러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독후감을 들어보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리라.

정성갑의 <건축가가 지은 집>은 갤러리 로얄에서 진행된 유사한 제목의 토크 프로그램 ‘건축가의 집’의 취재 과정과 그 결과물의 집대성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 책에 0.2할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자부하고 있다. ‘건축가의 집’ 토크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석했고 부지런히 질문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신사 이헌
‘집 짓다가 수명이 준다.’는 말이 있듯이 건축을 업으로 하지 않는 이들이 자기 집을 지을 땐(특히 처음일때) 이 평생의 숙원 사업이 돈 문제와 함께 얽히는 다양한 헤프닝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산, 인성, 취향 등 모든 부면에서 자신과 잘 맞는 적확한 건축가를 만나 충분한 합의와 방향성을 찾아가며 진행해야 한다. 한국신사도 내 집을 위한 상상의 시간(그림으로 노트로 그리고 심지어 꿈에서 얼마나 많은 집을 지었다 부쉈는지 모른다..^^*)과 이미 건축주인 이들의 조언에 따라 수년 전에 구입한 토지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보겠노라는 조금은 막연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갤러리 로얄에서 진행 중이던 토크 프로그램에 부지런히 참석하게 되었다. 소위 대가라 부르는 이로부터 이제 막 독립하여 자신의 컬러를 만들어가는 건축가까지 다양한 건축가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지을 집에 가장 적합한 건축가도 찾고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더 좋은 건축주가 되는 방법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주는 건축가에게 말을 따뜻하게 하거나 설계비를 두둑하게, 건축비를 아낌없이 쓰도록 허락하는 부자 건축주를 말 하는 게 아니다. 되려 건축가와 합리적인 투쟁을 통해서 건축가가 더 고민하게 하고 좋은 아이디어와 동기부여를 통해 최고의 결과물의 액기스를 뽑아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미 자신의 서로 다른 목적의 집을 두 채나 건축해 본 건축주의 입장에서 저자는 이미 자격 있는 건축주였고, 아마 ‘이 사람 보다 더 많은 건축가를 인터뷰한 사람이 이 땅에 또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져보면 의심의 여지 없이 그가 최고의 건축주 교육자이기 때문에 서슴없이 이 책을 완벽한 자기 집을 짓고 싶은 가이드로 추천할 수 있다.

하지만 수 차례 참여한 ‘건축가의 집’ 프로그램에서 가장 울림이 컸고 내 마음에 콕하고 점지한 건축가 르씨지엠의 구만재 소장의 이야기가 이 책에 빠져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저자 역시 이 점을 아주 아쉬워하고 있지만 구만재 소장이 자랑할 만한 역작의 건축주들이 집 공개를 꺼린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속히 내 집을 지어 만천하에 구만재 소장의 건축 언어를 소개해 보겠다는 다짐을 이 책의 독후감의 결론으로 조심스레 가져와 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은 물론 그들로부터 배워 독립하거나 자신만의 오롯한 건축언어를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켜켜이 쌓아 올린 다재다능한 건축가 리스트를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무엇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저자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날 선 접근 방법으로 독자를 최고의 건축주로 훈련시키는 이 책 <건축가가 지은 집>을 여러분 앞에 초강력으로 추천한다./이헌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