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왕의 귀환 날 찬바람 쌩쌩…"악재에 장사 없네"

삼성전자, 작년 연간 실적 뛰어넘는 1분기 실적에도 주가 하락
금리·유가·환율 삼중고에 힘 못받아…정유주만 '팔팔'
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미국 증시 급락,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 등 대외 환경 악화 속에 1% 넘게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시장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를 2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0.94% 하락한 8만4천500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6조6천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31.25% 증가한 것으로, 작년 연간 영업이익(6조5천700억원)보다도 많다.

증권가 컨센서스 5조4천756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2년 3개월 만에 '8만전자'에 진입한 데 이어 실적 발표 이후 '10만전자'까지 기대하던 투자자들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날 하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와 함께 금리, 유가, 환율 상승으로 삼성전자 주가를 떠받치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국 증시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 영향으로 금리인하 전망이 후퇴하면서 3대 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여기에 국제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로 상승해 6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겼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7원 오른 1,352.8원에 마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하 지연 우려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후퇴하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등 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외국인은 장초 차익실현에 나섰다가 장중 순매수 전환했으나 매수 규모는 축소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전날까지 13거래일 연속으로 삼성전자를 순매수해온 외국인은 이날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지만, 순매수 규모는 736억원으로, 전날(3천674억원)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기관은 1천542억원어치를 팔아 주가 하락에 기여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을 토대로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최근 급등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8만5천원을 상회하면서 실적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며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 직후를 제외하면 고점권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기대했던 실적 서프라이즈가 확인된 만큼 추가적인 모멘텀이 가세하지 않는다면 주가는 당분간 숨고르기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19개 종목이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약세 속에 유가 상승으로 정유주는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둔 GS가 5.43% 올랐고 S-Oil(4.77%), 극동유화(2.71%)도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흥구석유(6.21%)가 상승세를 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