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할 이자 350억, 제발 적금 해지해달라" 눈물의 호소

8.2% 적금 팔다 전국서 9000억원 몰려
"존폐 기로"…2022년부터 잇단 호소
계약 잔액 아직 2000억원 넘어

사진=동경주농협 홈페이지 캡처

고금리 적금 상품을 판매했다가 거액 자금이 몰려 곤경에 처한 경북 경주의 동경주농협이 "파산이 우려된다"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를 다시 요청했다.

5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동경주농협은 최근 고금리 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 해지를 호소하는 우편을 보내거나 웹사이트 공지글을 올렸다.

동경주농협이 2022년 11월 비대면으로 특별 판매한 연 8.2% 금리의 적금은 애초 목표인 100억원을 훨씬 넘어선 약 9000억원이 몰렸다. 목표액이 훌쩍 뛰어넘은 비대면 계좌 개설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서 전국적으로 고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모였다. 자산 1670억원의 소규모 농협인 동경주농협은 1년 이자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해 경영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동경주농협은 2022년 12월부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지를 호소하고 있다. 동경주농협은 "당시 많은 분께서 해지를 해주셨으나, 여전히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에 너무나도 큰 금액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동경주농협에 따르면 현재까지 남아있는 비대면 특판 적금의 계약금은 약 2330억원이며, 여기에 지급해야 할 총이자는 348억원이다. 동경주농협은 "지난해 결산 결과 적자는 면했지만, 적금으로 인해 전년도 대비 적금이자 지급액이 약 20억원이 증가했다"며 "매년 5억~6억원 흑자결산 구조를 가진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큰 금액"이라고 전했다.

동경주농협은 "현재까지도 매월 약 30억원이 불입되고 있다"며 "특히 2월은 55억원이 불입돼 적금 누적 금액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올해 1년간 부담해야 할 지급 이자는 약 66억원으로, 올해는 적자결산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임직원이 불철주야 경비 절감, 대출 증대 등 업무에 매진했지만, 금융 당국의 지속적인 금리 억제 정책과 부동산경기 불황, PF대출 부실화라는 대외적인 상황으로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염치 불고하고 이렇게 서면으로 상황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동경주농협은 2008년에도 대출 부실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동경주농협 측은 가입자를 대상으로 "남은 금액은 우리 농협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고 2024년은 적자 결산이 불 보듯 뻔해 존폐 갈림길에 섰다"며 "적금 계좌를 해지해주면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며 다시금 호소했다.

한국 후계농업경영인 경주시연합회 문무대왕면지회도 호소문을 통해 "농협이 파산으로 없어질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지역 농민 조합원들"이라며 "농협 직원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겠지만 농민과 지역 농업을 생각해서라도 파산으로 가지 않도록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부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