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에 빚 급증…대형병원 "건보 선지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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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십억원씩 적자…"코로나 때만큼 위기"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경영난에 빠진 대형 병원들이 정부에 나중에 받을 건강보험 급여를 앞당겨 받는 ‘선지급’ 등 재정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도 필수의료의 핵심인 상급종합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이 무너지면 전체 의료체계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해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 1~2개월치 요양급여비 지원 방안 검토
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적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등에 1~2개월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를 선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3일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대한병원협회 간담회에서 병원계가 건보 선지급 지원을 검토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면서다. 선지급은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에 매달 지급하는 건강보험 급여를 우선 주고 사후에 분할해서 정산하는 제도다. 공단이 병원에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건보 선지급은 2015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감염병으로 보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 적이 있다. 정부 방역정책으로 전염병 환자 우선 치료 등의 의무가 부과되며 수익이 악화한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 5514개 의료기관이 2조5333억원을 이 방식으로 지원받았다.
현재 수도권 5대 병원을 비롯해 전공의가 많은 대형 수련병원 대부분은 하루에만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등 경영난이 심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은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 의료 분야에서 51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하루 13억원꼴로, 5대 병원 모두 비슷한 사정이다.
정부는 전체 전공의의 95%가 소속돼 있어 집단사직의 직격탄을 맞은 100대 대형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건보 급여를 선지급하는 안을 고심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원 여부와 범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