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언론과 AI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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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침해 놓고 소송전 치열인공지능(AI)의 성능이 눈에 띄게 발전하면서 AI와 언론의 싸움이 시작됐다. 8년 전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할 때는 전 세계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4 대 1로 승리한 AI의 위력을 전하는 데 바빴다. 그러나 1년 전 오픈AI가 생성형 AI인 챗GPT를 출시했을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 언론은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동을 보도하는 동시에 AI와의 싸움을 준비해야 했다.
해결 요원하지만 활용 고민할 때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언론인들은 AI에 밀려 실직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미국의 대표적 언론사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생성 AI 서비스를 출시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와 MS가 AI를 개발하기 위해 허락 없이 자사의 기사를 이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히 AI에 의한 저작권 침해로 언론과 민주주의가 중대한 위협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NYT가 제기한 소송은 AI의 데이터 수집과 학습에 커다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NYT가 제기한 소송이 AI의 저작권 침해에 관한 최초의 소송은 아니다. 예술가들은 이미지 생성 AI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작가들은 거대언어모델(LLM)을 공개한 메타(옛 페이스북)를 소송 상대로 삼았다. 법원의 잠정적인 판단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원고인 예술가 및 작가들이 보유한 작품과 AI가 만들어낸 산출물이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I를 상대로 한 소송은 갈 길이 멀다. 원고들이 AI의 산출물과 자기 작품이 서로 유사하다는 점을 입증하더라도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AI는 검색엔진과 마찬가지로 이용자들의 질문과 요구를 도와주는 것에 불과하기에, AI 기업이 이용자들의 개인적인 일탈이나 불법까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AI가 표절했다고 하더라고 그 책임이 개인 이용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AI 기업에 있는지를 둘러싸고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AI는 방대한 분량의 기사, 이미지, 책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했다. 원고들은 데이터의 무단 이용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I 기업은 데이터의 패턴 학습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데이터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AI 개발과 서비스가 데이터의 공정 이용이어서 적법하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언론사들은 AI의 데이터 학습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를 둘러싸고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 싸워야 할지 모른다.언론과 AI의 싸움은 이제 시작됐고 갈 길이 멀다. 소비자들의 AI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기업들이 AI 자체의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분간 언론사와의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시장도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송이나 법 개정도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AI의 데이터 학습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AI가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도록 우리 인간이 양질의 뉴스와 데이터를 생산해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언론사, 언론인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AI를 싸움의 상대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훌륭한 비서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AI를 활용해 AI보다 더 우수한 뉴스를 생산하고 AI보다 더 창의적인, 그리고 더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