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상생압박에…4대은행 채용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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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긴축경영 돌입평균 연봉이 1억원을 웃돌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은행권 채용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채용 인원이 반 토막 나면서다. 비대면 거래 확산에 따른 은행별 영업점 축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2조원에 달하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금까지 물게 된 여파 때문이란 분석이다. 은행들이 당분간 긴축경영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올 상반기 채용 규모는 53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1000명)에 비해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이 180명으로 가장 많이 뽑았다. 이어 하나(150명) 국민(100명) 신한(100명) 순이었다. 4대 은행은 작년엔 나란히 250명을 채용했다.그나마 시·도 단위로 지역 인재를 뽑는 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지난해(480명)보다 10% 늘어난 530명을 채용했다. 5대 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상반기 채용 규모는 1060명으로 작년(1480명)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500명 감소
비대면 거래 확산에 점포 축소
홍콩 ELS 자율배상액 '눈덩이'
4대 금융지주 1분기 순익 15%↓
은행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표면적 이유는 영업점 감소다.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5대 은행의 비대면 거래 비중은 60%를 웃돌고 있다. 담보대출에 비해 절차가 단순한 예·적금은 이미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를 넘어섰을 정도다. 은행들은 영업점 유지비와 직원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점포 수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2019년 말 4661개에 달하던 5대 은행의 영업점(지점·출장소)은 작년 말엔 3926개로 15% 넘게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출 갈아타기 도입 후 인터넷 전문은행들과 금리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며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과 경쟁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 탓에 지난해 은행권 채용 규모가 이례적으로 많았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들은 대규모 성과급과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사회공헌 압박을 받은 은행권은 작년 상반기에만 2200명을 채용했다. 2022년보다 7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은행권의 채용 축소 움직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ELS 자율 배상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서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SC제일 등에서 오는 7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규모는 10조483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 추산하는 손실률 50%, 배상률 40%를 적용하면 6개 은행 전체 배상 규모는 2조원에 이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4조1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보다 15.1% 줄어든 수치다. 홍콩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금융의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전망이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1085억원으로 작년 1분기(1조4976억원)보다 25.9% 적다.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자리도 신한금융(1조2989억원)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