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물가 경로 불안"…한은, 기준금리 10연속 동결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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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 전망…가계부채 우려·한미 금리차도 부담
"美 연준 6∼7월 인하 시작…한은도 하반기 기준금리 내릴 것"
한국은행이 오는 12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미국에서 최근 금리 인하 신중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서 역대 최대 수준(2.0%p)인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를 벌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6∼7월께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 반등에 물가 경로 불확실성 커져…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8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도 최근 상승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중동 정세 불안에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5일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경로가 한은이 생각했던 것만큼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유가도 다시 오르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라 (물가 상승률이) 쉽게 내려올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물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데다 정치적으로도 논쟁거리가 됐고,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조짐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유가 반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반등이 내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며 만장일치 동결을 점쳤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도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美 연준 6∼7월 금리 내리면…한은도 하반기 인하 시작
미국 연준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물가 지표가 최근 2개월간 예상을 웃돈 것을 두고,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bump) 것인지 아닌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1월 상승률(3.1%)보다 높았고 예상(3.1%)보다도 강한 모습이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이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약화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6∼7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횟수는 연내 2회 인하(총 0.50%p)를 예상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은의 첫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7월부터 4분기까지 의견이 갈렸으며, 연내 인하 횟수 역시 1회에서 4회까지 견해가 다양했다.
금리 인하의 근거로는 내수 부진을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물가가 경로대로 떨어진다고 하면 올해 내수가 좋지 않다 보니,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두 번 정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하반기 들어 물가 둔화 기조를 재차 확인하면서 점진적인 수준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7월부터 3차례(0.75%p) 인하를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물가가 2% 초반까지 하락한다는 전제하에 한은이 총 4번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이 7월부터 열리는 모든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p씩 내릴 것이라는 뜻인데,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경기 부양적 성격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수 부진에도 수출 호조 등 영향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한국은 7월, 10월 인하를 예상한다"면서도 "1회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이 이미 시작됐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필요성은 없다는 게 안 연구위원의 설명이다.조영무 연구위원도 "한은은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한은이 4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한 번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美 연준 6∼7월 인하 시작…한은도 하반기 기준금리 내릴 것"
한국은행이 오는 12일에도 기준금리를 현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 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미국에서 최근 금리 인하 신중론이 힘을 받는 가운데,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서 역대 최대 수준(2.0%p)인 두 나라 간 금리 격차를 벌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이 6∼7월께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유가 반등에 물가 경로 불확실성 커져…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8일 연합뉴스가 경제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모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가도 최근 상승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2.8%)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월(3.1%)과 3월(3.1%) 두 달째 3%대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중동 정세 불안에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난 5일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경로가 한은이 생각했던 것만큼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유가도 다시 오르고, 환율도 높은 수준이라 (물가 상승률이) 쉽게 내려올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물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데다 정치적으로도 논쟁거리가 됐고,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조짐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유가 반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과 설비투자 반등이 내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국면이 유지되고 있다"며 만장일치 동결을 점쳤다.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물가뿐 아니라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도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금통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높은 (수준의)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기준금리의 피벗(전환)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美 연준 6∼7월 금리 내리면…한은도 하반기 인하 시작
미국 연준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물가 지표가 최근 2개월간 예상을 웃돈 것을 두고,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bump) 것인지 아닌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1월 상승률(3.1%)보다 높았고 예상(3.1%)보다도 강한 모습이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연준이 6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 기대는 약화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오는 6∼7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횟수는 연내 2회 인하(총 0.50%p)를 예상한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은의 첫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7월부터 4분기까지 의견이 갈렸으며, 연내 인하 횟수 역시 1회에서 4회까지 견해가 다양했다.
금리 인하의 근거로는 내수 부진을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물가가 경로대로 떨어진다고 하면 올해 내수가 좋지 않다 보니, 경기에 중점을 두고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두 번 정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하반기 들어 물가 둔화 기조를 재차 확인하면서 점진적인 수준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7월부터 3차례(0.75%p) 인하를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물가가 2% 초반까지 하락한다는 전제하에 한은이 총 4번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이 7월부터 열리는 모든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p씩 내릴 것이라는 뜻인데,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경기 부양적 성격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내수 부진에도 수출 호조 등 영향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한국은 7월, 10월 인하를 예상한다"면서도 "1회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이 이미 시작됐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필요성은 없다는 게 안 연구위원의 설명이다.조영무 연구위원도 "한은은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한은이 4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연내 한 번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