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녹색이 좋아요"…마스터스 앞둔 임성재, 녹색에 꽂힌 까닭은 [여기는 마스터스!]


"요즘 들어 녹색(마스터스 대회의 상징색)이 그렇게 좋아보여요. 이번 마스터스를 다시 반등하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GC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만난 임성재(26)는 차분하게 샷감을 다잡는데 여념이 없었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최근 몇주간 이어진 아쉬운 흐름을 털어내겠다는 각오가 온 몸에서 묻어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임성재가 생애 5번째 마스터스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 2주 동안 마스터스에 맞춰 훈련하고 컨디션을 만들어왔다"며 "마스터스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명인열전' 마스터스는 임성재에게 무엇보다 특별한 무대다. 2020년 PGA투어 루키로서 출전했던 첫번째 마스터스에서 당당하게 준우승을 거두며 세계 골프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새겼기 때문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GC는 미국에서 보기 드문 산악 지형으로 경사가 심하다. 좌우로 휜 도그레그 홀이 많고 페어웨이도 좁은 편이다. 곳곳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데다 그린스피드 4.0이 넘는 '유리알 그린'은 정확한 샷에만 온그린을 허용한다. 미들·롱 아이언의 달인인 임성재가 이 코스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갖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임성재답지 않은' 경기가 몇차례나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시즌 개막전이었던 더 센트리에서 신들린듯한 버디쇼를 펼치며 공동 5위에 들며 기분좋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다음 대회부터 흐름이 꺾였다. 올해 10개 대회 중 단 한번 톱10에 드는데 그친 상태다. 그는 "샷, 퍼트는 모두 큰 문제가 없다"며 "초반 몇 대회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감정 콘트롤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털어놨다.

투어 5년차로서 느끼는 고민도 임성재의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모든 대회를 꾸준하게 잘하는데 집중했는데 5년차가 되니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선수로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보이더라"며 "메이저 대회에서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임성재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발스파 챔피언십 커트탈락 이후 2주간 투어 활동을 쉬면서 5월 PGA챔피언십이 열리는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과 6월 US오픈 개최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를 찾았다. 임성재가 PGA투어 출전 이후 메이저 대회를 준비하며 사전 답사를 진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원래 약간의 감(感)을 좀 잡으면 치고 올라가는 스타일"이라며 "그 감이 딱 오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사흘 앞으로 다가온 마스터스에서는 "첫 1~3번홀을 잡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좋은 스코어를 만들어놔야 이후 경기를 풀어가기에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저조했던 흐름을 털어버리고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팬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며 "이번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감을 끌어올려 연말 페덱스컵 최종전까지 쭈욱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