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기대감·반도체 랠리에…외국인 1분기 주식 순매수 '역대 최대'
입력
수정
금융감독원 '3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올 1분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수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상장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골자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과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상승세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조8000억원 순매수 “역대 최고치"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3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 주식을 총 15조83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금감원이 1998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직전 최대치는 지난 2009년 3분기 기록한 14조7980억원이었다.작년 외국인 투자자가 한 해동안 사들인 연간 순매수액 규모(10조5010억원)보다 올들어 1개분기 순매수액 규모가 1.5배 크다.
외국인들의 국내 상장주 순매수 규모는 지난 1월 3조3530억원에 그쳤으나 밸류업 프로그램의 개괄 내용이 발표된 지난 2월엔 7조3750억원으로 늘었다. 외국인은 지난달엔 5조10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주식을 주로 사들였다. 지난달 코스피에서 4조2150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8870억원만큼을 순매수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코스피에서 15조580억원, 코스닥에선 773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작년 11월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장을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과는 정 반대 양상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29.0%(820조1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2조1720억원), 영국(2조840억원) 등의 순매수 규모가 컸다. 사우디 아라비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561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세는 지난 1월엔 매도세를 6970억원만큼 웃돌았다. 반면 지난 2월(2조8080억원)과 지난달엔 각각 국내 주식을 2조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편으로 기업가치 제고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진 밸류업 관련 종목, 반도체 관련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상장 종목은 삼성전자로 외인 순매수 규모가 2조9707억5200만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순매수 8053억4600만원), 현대차(5130억6000만원), 삼성물산(3259억4000만원), KB금융(3048억18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지주(1628억2500만원), HD현대일렉트릭(1598억9100만원), 한미반도체(1303억2700만원)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1분기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자 우선주 등 세 개는 반도체 관련 종목이었다. 5개가 자동차주, 금융주, 지주사 격 기업 등 저PBR주로 나타났다. 현대차, 삼성물산, KB금융, 기아, 삼성생명 등이다.
지난달 외국인들은 채권시장에선 상장채권 5조8460억원어치를 거둬들였다. 상장채권 2조3580억원을 순투자했고 8조2040억원어치는 만기상환 받았다. 3개월만에 순회수 전환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은 상장채권 244조30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상장 잔액의 9.6%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유럽 투자자가 1조1000억원어치를 순투자한 반면 미주에선 1조원, 아시아가 4조원을 순회수했다. 보유 규모는 아시아가 113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고(46.4%), 유럽이 72조6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국채(순회수 5조2000억원), 통안채(순회수 1조1000억원) 등에서 회수 규모가 컸다. 잔존 만기별로는 1년 미만 채권에서 8조5000억원을 순회수했다. 5년 이상(1조4000억원), 1~5년 미만(1조3000억원) 채권에서는 순투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