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백세인은 무병 아닌 '治病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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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병원 60여명 조사
흡연·음주 덜하고 수면시간 길어
죽음 두려워 않는 '노년초월' 뚜렷
![105세 김모 할머니(왼쪽)와 박광성 교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363437.1.jpg)
한재영 전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건강백세포럼에서 이 같은 도시 백세인 60여 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백세인은 2019년 4819명에서 2022년 8469명으로 급증했다. 시골이 아닌, 도시 백세인 연구 발표는 이번이 국내 처음이다. 백세인 중 ‘평생 흡연을 하지 않았다’ ‘평생 음주를 거의 하지 않았다’ 비율은 각각 75%에 달했다. 현재 ‘흡연을 한다’ ‘음주를 한다’는 비율은 각각 10%에 불과했다. 백세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8시간 이상이었다. 만성질환을 겪는 백세인도 많았다. 백세인 중 66.7%가 고혈압을 앓았고 당뇨병(28.9%), 치매(24.4%), 골관절염(17.8%), 골절(13.3%) 등도 많이 앓고 있었다.한 교수는 “3개 이상 질환을 앓는 백세인이 71%”라며 “병이 있더라도 치료를 잘하면 장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남 화순에서 만난 105세 김모 할머니는 100세 이후 심장동맥 확장 및 스텐트 시술을 세 번이나 받고도 건강을 회복한 ‘치병장수’의 대표 사례다. 최근 증손자가 결혼해 ‘증증손자’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장수 비결에 대해 “아들의 사랑 덕분”이라며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나중에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건강백세포럼에서 박상철 전남대 석좌 교수(왼쪽 여섯번째)가 주요 발표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 첫번째부터 한재영 전남대의대 교수, 조경아 전남대의대 교수,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 박광성 전남대 놔화과학연구소장, 이승록 전남대 교수. /광주=안대규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404/01.36422836.1.jpg)
전문가들은 장수인들의 생활습관과 사고방식에 주목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약물 등을 통한 분자생물학적 수명연장 효과는 기껏해야 5년 정도"라며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자연환경이 인간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광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의 김은숙 사회복지사는 "수많은 백세인들을 접한 결과 대부분 삶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며 규칙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큰 병을 극복해 백세인이 된 분들은 대부분 가족 간 친목과 사랑이 있었다"고 했다.한국백세인연구단을 이끄는 박광성 전남대 의대 교수는 “백세인에게 어느 때 가장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일할 때’라고 답했다”며 “은퇴 후에도 떤 일이든 꾸준히 해온 것이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건강백세포럼에선 조경아 전남대의대 교수,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 이승록 전남대 교수 등도 참여해 노화와 면역력, 백세인의 뇌건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순천=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