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이는 빅테크 5곳 "5700억달러 쓸 곳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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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과점 우려에 M&A 잇단 난항애플 등 미국 5대 빅테크의 현금 보유액이 5700억달러(약 77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빅테크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있지만 규제당국의 감독 강화로 이를 사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매입·배당에 거액 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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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거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은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이 553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헤서웨이의 영업현금흐름은 492억달러 수준이다.
빅테크가 이처럼 많은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던 건 큰 고정 비용 없이 제품·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제조업 등 다른 업종보다 훨씬 많은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현금이 쌓이면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한다. 빅테크는 미래 시장 개척을 위해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알파벳은 온라인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인 허브스팟 인수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브스팟의 기업 가치는 400억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이 빅테크의 독과점을 우려해 M&A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MS가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데는 거의 2년이 걸렸다. 과거보다 M&A 성사 기간이 더 오래 걸리고 로비 활동 등의 비용도 더 들게 됐다고 WSJ는 전했다.
M&A가 여의찮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배당에 지나치게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알파벳은 자사주 매입에 2022년 590억달러, 2023년 615억달러를 썼다. 애플도 지난해 자사주 매입에 770억달러를 투입했는데, R&D 지출은 절반 이하인 300억달러에 그쳤다. 애플은 또한 배당금으로 연간 약 150억달러를 쓰고 있다. 메타는 창립 후 처음으로 올해 3월 배당을 실시했다. 메타는 분기마다 주당 50센트의 현금 배당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