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열린 자세로 증원 논의"…의료계는 내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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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의정대화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해 의료계가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규모 조정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10일 총선 이후 ‘통일된 의견’을 내놓겠다던 의사단체는 내분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날 여러 의료계 단체를 모아 정부와의 창구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8일 “합의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의료계가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대화·설득'으로 입장 변화
"내달 신입생 모집요강 전까진
증원 축소 불가능한 건 아냐"
통일안 내겠다던 의사단체 갈등
의협 비대위 합동 회견 예고에
전공의 대표 "합의한 적 없다"
“증원 축소 불가능하진 않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첫머리발언에서 “의대 2000명 증원안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해 꼼꼼히 검토하고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도출한 규모”라면서도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통일된 대안을 제시한다면 정부는 열린 자세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정원 조정 문제도 대화 의제에 포함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정부가 ‘대화의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는 메시지다.정부는 의료계에 연일 유화 제스처를 보내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정부는 수치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견지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문제를 포함한 모든 이슈에 유연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현실적으로 의료계에서 통일된 안을 도출하기 어렵다면 사회적 협의체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빨리 구성해 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8일 열린 중대본 브리핑에선 정부의 더 유연해진 입장이 나타났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증원 규모 축소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증원 규모 축소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임이 틀림없다”면서도 “신입생 모집요강이 최종적으로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간 의료개혁에 대해 ‘정면돌파’식의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것에서 ‘대화와 설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모습이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4일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간 면담에 대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합동 기자회견 사실상 무산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도 의료계에선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박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 김창우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을 합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 외에 임현택 신임 의협 회장 당선인도 기자회견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이들이 단일 대화 창구 마련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의정 대화에도 차질이 생겼다. 전날 의협 비대위는 회의를 열고 총선 직후 전의교협,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함께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과 관련된 ‘합동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간 제각각 움직이던 의료계 단체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의정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평가됐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기자회견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의사단체가 하나의 목소리를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서 의정 대화는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임 당선인의 경우 의대 정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증원 자체는 확정한 채 규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와의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오현아/황정환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