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일본 농촌을 아시아의 반도체 제조 허브로 바꿔가"

NYT, TSMC 공장 들어선 기쿠요 소개…부동산·물가 '들썩'
일본 남서부의 한 농촌 마을이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아시아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 허브로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 기쿠요 지역의 목초지와 양배추밭에 공장을 건설해 지역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지난 2월 준공된 제1공장 주변 지역은 이미 TSMC 직원과 공급업체로 붐비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수천 명이 TSMC 공장을 건설하고 반도체 제조를 위한 기계와 자재를 준비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일했다. 화학회사들과 장비업체들도 반도체 경제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예정보다 앞서 제1공장이 문을 열던 날, 일본 정부는 두 번째 공장에 48억5천만 달러(6조6천억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TSMC의 웨이저자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6일 제1공장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제2공장도 이 지역에 건설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제2공장은 2027년 가동 예정이다.

TSMC의 주요 고객인 소니를 비롯해 덴소, 도요타 등 일본 대기업들이 구마모토의 제1공장을 운영하는 TSMC의 일본 자회사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 기쿠요 지역의 외국인 거주자는 배로 늘었다. 거리나 쇼핑몰, 호텔 등에는 중국어 표지판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공급업체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 위한 광고도 곳곳에 부착돼 있다.

TSMC로서는 숙련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TSMC는 대만에서 400명가량의 작업자를 데려왔고, 지역의 다른 제조업 일자리보다 약 30% 높은 급여를 지급하면서 지역 다른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촉발하고 있다.

공장을 가동하고 운영하기 위해 소니의 일부 일본 엔지니어가 일시적으로 TSMC로 전출됐고, 교육을 위해 대만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구마모토의 지역 기술 대학은 전기공학 과정을 강화했으며 TSMC는 졸업생 중 17명을 채용했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은 물론 물가도 오르면서 일부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화상 통화를 통해 농지 매입에 수십만 달러를 지출하기도 한다.

이 지역 토박이로 주택 개발업체의 에이전트인 오쿠다 쇼고는 NYT에 "일본에서 이처럼 성장하는 다른 지역은 없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에 중점을 두고 과거 반도체 산업 강국의 위상을 되살리기 위해 260억 달러(35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 자금의 3분의 1이 TSMC에 배정됐다.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일본의 계획에는 수백억 달러의 추가적인 공공 및 민간 투자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TSMC가 일본 내 경험을 통해 비록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만 밖에서도 제조시설 구축에 속도를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