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슬픔 그대로지만…" 미래 향하는 '세월호 기억교실'

10주기 앞두고 방문객 줄이어…참사 예방 '아카이브'로 자리매김
유족 "기억하고 재발 막아야…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진상규명 필요"

"순수한 학생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사망했다니 슬프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아요. "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1주일 앞둔 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에 마련된 '기억교실'에서 캐나다인 웨더스트랜드 씨가 손으로 눈가를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와 함께 기억교실을 방문한 이용훈 씨는 "오기 전에 세월호에 대해 얘기해줬고 이곳에 직접 와서 아이들을 보고 함께 그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왔다"며 슬픈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기억교실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용하던 교실 10개와 교무실 1개를 그대로 복원한 추모공간이다.

참사 후 2년여간 단원고에 그대로 보존되다가 교실 부족 등의 이유로 2021년 4월 옛 안산교육지원청 자리에 세워진 4·16민주시민교육원으로 옮겨왔다.

4층짜리 기억관 건물의 3층에 2학년 1반부터 6반이 있고, 2층에 7∼10반과 교무실이 있다. 2014년 4월 달력과 일정표, 식단표가 붙은 기억교실의 시간은 여전히 그때에 멈춰있다.

이날 오전 이곳을 찾은 안산 고잔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 30여명은 이러한 기억교실의 모습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으로 눈길을 옮겼다.

"보통 어린이들이 처음 오면 쭈뼛쭈뼛해하는데 그러면 제가 그날 생일을 맞은 기억교실 학생의 얘기로 대화를 시작해요. 오늘은 3반 박채연 양의 생일이어서 채연이의 꿈이 패션디자이너였고 동생이 두 명 있었으며 아빠하고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 말해줬어요.

"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족이자 3년째 방문객을 상대로 기억교실 안내 활동을 하는 전인숙 씨가 말했다.

전 씨는 2020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다가 건강 악화로 안산에 돌아와 2021년 4월부터 기억교실에 머물고 있다.

전 씨에 따르면 방문객 대부분이 이곳을 둘러보고 가슴 아파하거나 유족을 위로하지만, 간혹 "굳이 왜 이런 걸 만들어서 기억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세월호 이제 지겹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이만큼 슬프다는 거를 알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같이 슬퍼해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사고 발생 직후 구조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게 이뤄져야 참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이곳은 그 작업을 위한 기억이자 기록"이라고 했다.

전 씨 말처럼 기억교실은 슬픔을 나누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재난, 참사 예방 아카이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2021년 기억교실을 국가지정기록물 제14호로 지정했다.

국가기록원은 당시 지정 고시에서 "4·16 사회적 재난이라는 중요 사건에 대한 기록물들"이라며 "사회적 재난 아카이브, 교육사 및 학생생활사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고 재난당사자의 자발적, 적극적 기록물 수집·보존·활용의 모범적 사례로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지정 사유를 밝혔다.

이달 12∼13일에는 기억교실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도 처음으로 개최된다.

4·16민주교육원, 4·16기억저장소, 카이스트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억교실 소개 및 탐방과 함께 재난 아카이브·기록으로서의 기억교실에 대한 국제학자들의 다양한 시각 논의·소통이 이뤄질 예정이다.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기억교실에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보통 평일 기준으로 하루 30여명이 찾고 있는데 이날은 오후 3시까지 두배인 60여명이 방문했다. 전 씨는 "10년이 지났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은 줄지 않고 그대로"라며 "기억교실과 유족이 아닌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진상규명을 통해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