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중국 직구족들 '경악'한 까닭 [건강!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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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물질 범벅 중국 직구 공습
중금속 중독·환경 호르몬 노출 주의보
중국 이커머스에서 초저가 물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최근 장신구, 생활용품 등에서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인천세관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 반입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발 귀걸이·반지 등 장신구 404개 중 24%에 달하는 96개 제품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번 분석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의 최대 700배가 넘는 유해 중금속이 검출됐다.서울시가 알리에서 판매율 상위에 오른 어린이 용품과 생활용품 31개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이 중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DBP·DINP·DIBP)가 검출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부적합 판정 제품은 어린이용 물놀이 튜브, 바나나 모양 치발기, 캐릭터 연필, 어린이용 가죽가방 등이었다. 특히 어린이용 가죽가방에서는 기준치의 55.6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이는 플라스틱을 가공할 때 사용되는 첨가제의 일종으로,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 물질이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의 인기가 높아짐과 동시에 국내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해외 직구 발 제품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중금속 중독, 환경 호르몬 노출 등 체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유해 중금속은 장신구에서 검출된 납, 카드뮴 등이다. 값이 저렴하고 가공이 쉽다는 특징이 있어 귀금속, 조리기구 등 각종 금속 제품에 쓰인다. 탄 냄비를 철 수세미로 긁지 말라는 것도 중금속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다. 봄철에 심해지는 미세먼지에도 납과 카드뮴이 함유돼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소량의 중금속이 체내에 유입될 수 있는 구조다.
유해 중금속은 피부에 닿을 경우 두드러기와 간지럼 등 각종 피부염 증상을 유발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체내에 유입되면 체내 곳곳에 쌓이면서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체내에서 반감기가 길어 배출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금속에 대한 안전 기준치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체내 유입된 중금속이 미처 배출되기 전에 다시 과량의 중금속에 노출될 경우, 중금속은 뼈와 관절, 신장 등에 쌓이기 시작한다. 칼슘 대사에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등이 발병률이 높아지고, 신장에 축적되면 신장 세포를 산화시켜 만성 신장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중금속의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증상에도 차이가 있다. 이번에 중국산 장신구에서 발견된 납의 경우 △식욕부진 △현기증 △구토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카드뮴은 △빈혈 △관절 통증 △위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금속은 접촉이나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만성 중금속 중독으로 인한 증상 및 질환을 빨리 겪을 수 있으며, 임신부의 경우 중금속 중독이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도 마찬가지다. 프탈레이트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남성은 정자 수 감소·전립선암이 유발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갑상선 기능 이상·생리통·유방암·자궁암 등을 일으킨다는 학계 연구 결과가 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성조숙증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특히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발암가능물질(2B등급)으로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해외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초저가 금속 물건들은 제품의 제조 원가를 맞추기 위해 값싼 납이나 카드뮴을 사용할 확률이 높다"며 "기준치 이상으로 한 번에 다량의 중금속이 체내 반복적으로 유입될 경우 몸이 중금속을 배출하는 시간보다 빠르게 중금속이 쌓여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탈레이트의 경우 기존에 알려진 생식 기능 이상 외에도 당뇨나 비만을 일으킨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있다"면서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모두 생필품에서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경우를 제외하곤 최대한 피하는 것이 맞다"고 당부했다.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