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베트남 인력이 日에 몰리는 이유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한국과 일본은 모두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경제 강국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이 관심을 갖는 거대한 인력시장이다. 선호도는 대체로 한국이 앞선다. 일단 정서적으로 흥미를 끄는 나라는 한국이다. K팝 등 한류 영향이다. 언어도 유리하다. 일본어는 한자와 히라가나, 가타카나 등 세 가지 문자를 익혀야 한다. 배우기 쉬워 수출까지 하는 한글의 문자 경쟁력을 따라올 수 없다.

결정적인 변수는 임금이다. 한국에서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어갈 수 있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 지난해보다 2.5% 올랐다. 일본의 지난해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8953원(4월 9일 환율 기준)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한국보다 높은 곳은 도쿄, 가나가와 두 곳밖에 없다. 외국인 근로자라면 한국행이 우선순위다.

외국인력 대거 일본행

현실은 정반대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본은 가깝고, 한국은 먼 나라다. 주요 인력 송출국인 베트남의 사례를 보자. 일본에 기능실습생으로 들어오는 베트남 인력은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면 매년 8만~9만 명 선이다. 한국에 지난해 입국한 베트남 인력은 1만901명이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입국자도 10만148명에 그친다.

베트남 인력이 일본으로 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기업이 원하면 자유롭게 외국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에 따라 매년 입국자 수가 제한된다. 올해 쿼터는 16만5000명이다. 일본은 하노이, 호찌민 등 현지 투자도 활성화돼 있다.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일본어 교육을 지원한다. 팔이 안으로 굽듯 이런 혜택을 받은 베트남인들은 자연스레 일본으로 향한다. 한국은 한국어 시험을 주관하는 센터가 개설돼 있을 뿐 이렇다 할 지원 인프라가 없다.

정부·국회는 '무관심'


밖에서만 부실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인프라는 안에서도 샌다. 숙련 외국인력을 육성하는 직업 연수생 제도(D4-6)가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용접, 전기 등을 배운 뒤 취업할 수 있도록 마련됐지만 무용지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불법체류를 의식한 법무부가 취업비자(E7)로 전환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2017년 이후 D4-6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E7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들어왔던 외국인 연수생 상당수는 취업이 막히자 잠적했다. 정부가 불법체류를 조장한다는 빈축을 사는 배경이다.비숙련(E9)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요건을 완화하는 고용허가제 개정안은 2년 이상 국회에서 계류하다 머지않아 폐기될 판이다. 이번 총선에서 바뀌는 선량들이라고 과연 관심을 보일까. 이민청은 대체 언제 설립된다는 것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보다 이민에 폐쇄적이던 일본은 2019년 ‘재류관리청’을 세워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당장 일손이 급한 기업은 속이 탄다. 충남 천안의 전자부품 제조사는 베트남 숙련공을 데려오기 위해 지난해 10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E7 비자를 신청했으나 반년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넘친다. 한국에서 제조업을 하려면 치솟는 분노를 가라앉힐 평정심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