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뭉친 유덕화·양조위…'홍콩 누아르' 되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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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핑거홍콩 영화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류더화(劉德華)와 량차오웨이(梁朝偉)가 ‘무간도’ 이후로 20년 만에 재회했다. 무간도 시리즈의 각본을 썼던 장문장 감독의 ‘골드 핑거’를 통해서다.
1980년대 홍콩의 경제범죄극
완성도 아쉽지만 홍콩선 흥행
1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누아르’의 라벨을 달고 홍보가 되는 듯하지만 사실 누아르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더 울프 오브 더 월 스트리트’ 등에서 보여졌던 국가 금융위기와 증권 사기, 부동산 투기 등의 소재가 적절히 버무려진, 일종의 금융 케이퍼 무비다.이야기는 1970년대로부터 출발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건축사 ‘청’(량차오웨이)은 우연히 부동산 사기에 가담하며 홍콩의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큰손들의 네트워크에 합류한다. 그는 주가 조작, 금융 사기까지 일삼으며 1980년대 홍콩 경제를 주도했던 ‘카르멘그룹’을 세운다. 홍콩 반환을 앞둔 어느 시점, 문제가 발생한다. 주가가 폭락하고 청과 공조자들을 타깃으로 한 2조홍콩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수사가 시작된다.
수사를 지휘하는 ‘류치웬’(류더화)은 냉철하고 영리한 인물이다. 청이 제안한 엄청난 금액의 뇌물을 뒤로하고 10년에 걸친 수사 끝에 그를 법정에 세우는 데 성공한다.
영화는 청과 류치웬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지만, 이는 ‘무간도’ 등 여타 누아르에서 보여졌던 (주로 마약) ‘조직과 경찰의 한판 승부’와는 다른 방식이다. 영화의 중심은 청의 범죄자로의 성장 과정이다. 그의 투기와 사기 규모가 커지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에 한 명씩 추가되는 공조자들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안타깝게도 중심 캐릭터가 악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수많은 영화의 요약본을 보는 것처럼 진부하고 구태의연하고, 캐릭터의 변신조차 이 과정의 전과 별 차이가 없는 듯 밋밋하다. 청이 대규모 사기에 성공할 때마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캉캉 댄서들과 반라의 무희들이 단적인 예다. ‘더 울프 오브 더 월 스트리트’와 너무나도 비슷한 이런 시퀀스는 범죄자들의 한심한 유흥이 아닌, 작전에 성공한 소년들의 ‘브러더후드’를 찬양하는 듯 한없이 화려하고, 음탕하다.
일종의 시대극인 만큼 영화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놓치지 않는다. 홍콩 경제의 역사적 레퍼런스는 ‘골드 핑거’의 몇 안 되는 신선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청이 사들이는 홍콩 랜드마크의 배경을 통해 영국이 홍콩 부동산·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그럼에도 이런 배경은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골드 핑거’는 여러 면에서 아쉬운 작품이다. 영화의 완성도도 그렇거니와 홍콩 영화를 지키려 했던 량차오웨이와 류더화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했다. 다만 자국에서 오랜만에 높은 관객 수를 기록한 흥행작이었다는 것이 반갑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