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공유지 쓴 유치원, 18억 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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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의 없다고 점유승인 아냐"공유지를 수십 년간 무단 점유한 서울 강남구의 한 유치원에 18억여원의 변상금을 부과한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결정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년 前 소유권 청구소송도 패소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는 전직 유치원 운영자 A씨 등 2명이 서울주택도시공사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1978년 강남구의 한 아파트단지 내 부지와 건물을 분양받아 40여 년간 유치원을 운영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동안 부지와 인접한 서울시 소유 공유지 424㎡에 수영장, 모래놀이시설 등을 설치해 사실상 유치원 부지처럼 사용했다.A씨 등은 “점유 취득 시효인 20년 이상 이 땅을 평온하고 공연하게 점유한 만큼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며 2018년 서울시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점유 취득 시효란 특정 부동산을 20년간 점유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A씨 등은 이 소송에서 2021년 패소가 확정됐고 이후 서울시는 이들에게 2016~2021년 5년간 공유지를 무단 점유한 데 대한 변상금 18억6947만원을 부과했다. A씨 등이 토지를 무단 점유한 기간은 40년이지만 민법상 소멸시효로 인해 변상금은 최대 5년치만 부과됐다. 이에 A씨 등은 “시는 40년 이상 공유지 점유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는 점유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이라며 불복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A씨 등이 공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A씨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론 원고들이 신뢰할 만한 시의 공적 견해 표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국유재산을 무단 점유하는 자를 국가 등이 장기간 방치한 후 변상금을 부과한다고 해당 처분이 신뢰 원칙에 반하게 된다거나 점유자의 권리가 인정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