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30초 '해를 품은 달'…지구에 8조 경제효과

북미 7년 만에 개기일식

역대급 우주쇼에 500만명 이동
관측지역 호텔·항공편 매진행렬
136만원 개기일식 비행도 불티
다음 관측기회 2044년 8월 전망
사진=AFP
전 세계가 지구와 달, 태양이 일직선에 위치하는 ‘역대급 우주쇼’에 매료됐다. 북미를 가로지르는 개기 일식 관측 경로를 따라 수백만 명이 몰리면서 숙박과 교통편이 마비됐다. 업계에선 개기일식이 유발한 경제효과가 60억달러(약 8조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오후 2시7분(현지시간) 북미에서 7년 만에 관측된 개기일식에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전역이 들썩였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특별 방송을 편성하고, 주요 지역을 연결해 생방송했다. NYT는 “달이 태양을 집어삼키는 우주쇼가 시작되자 기온이 떨어지고 군중은 환호와 박수, 휘파람 소리를 터뜨렸다”고 보도했다.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면서 태양 전체를 가리는 현상이다.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크지만, 지구와의 거리도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기에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거의 같아 보이게 된다. 태양에서 나오는 강한 빛이 달에 가려지기 때문에 평소 맨눈으로 볼 수 없던 홍염(태양표면 소용돌이), 채층(태양 대기층), 코로나도 관측할 수 있다.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 나타났을 때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됐다. 이번에 관측된 경로의 너비는 108~122마일(약 174~196㎞)에 달한다. 2017년 62~71마일(약 100~114㎞)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은 개기일식 관측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가 약 3200만 명이다. 미국 정부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약 500만 명이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속 시간은 2017년 최대 2분42초였지만 이번엔 멕시코에서 최대 4분28초, 미국 텍사스에서 4분26초가량 나타났다.

경제효과도 수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됐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텍사스주에서 메인주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개기일식 경로 지역의 에어비앤비나 브르보(Vrbo) 등록 임대주택의 전날(7일) 예약률은 92%를 기록했다. 이 지역에서 통상 4월 주말에 30% 안팎의 예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언빌리버블! 미국 시민들이 8일(현지시간) 뉴욕 허드슨야드의 야외전망대 ‘에지’에 올라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은 개기일식이 미국 10여 개 주의 여행산업에 호황을 일으키면서 총 6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 부양 효과가 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텍사스가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가량으로 가장 큰 이득을 누렸고,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버몬트주가 2억3000만달러(약 3117억원)의 부양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했다. 델타항공은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 댈러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했다. 개기일식을 상공에서 볼 기회를 제공하는 항공편 이벤트로, 한 석에 1000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비용에도 전체 194석이 꽉 찼다.

과학계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개기일식에 맞춰 연구 로켓 3대를 발사해 지구 대기의 온도와 입자 밀도, 전기·자기장 변화를 측정했다. 북미 지역의 다음 개기일식은 2044년 8월 23일로 예상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