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제임스 리카즈 "金 5,000달러 간다" "연준 통화정책은 실패..금리 인하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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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글로벌마켓 시리즈국제 금값이 뜨거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사상 처음 트로이 온스당 2,300달러를 돌파했다. 현지시간 6일 기준 2,357.4달러로 올해 들어 13.7%올라 같은 기간 9.7% 상승에 그친 S&P 500지수 랠리 넘어섰다.
월가에서 듣는다, 직격인터뷰
'화폐 전쟁', '금의 미래'의 저서에서 금이 궁극적인 화폐라고 주장해온 제임스 리카즈는 한경 글로벌 마켓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지정학적인 요인으로 인한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 등 여러 요인들이 모두 금값의 상승이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라고 진단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간 분쟁 격화와 이로 인한 불안정한 공급망, 미 달러화 가치 하락 위험이 금값 상승의 배경으로 꼽혔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에 날을 세워온 제임스 리카즈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시점이 더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임스 리카즈는 지난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재정 지출에 사회보장기금 등을 포함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수준이 이미 135%에 달한다"라며 "궁극적으로 고도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제임스 리카즈와의 화상 대담 일문 일답이다.▷ 현재 금 시장의 가격 상승 요인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여러 요인이 있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우선 2010년 이후 순 매수를 기록 중인 중앙은행의 목표 매수 규모가 많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터키, 필리핀, 멕시코,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이다. 이들 브릭스(BRICs) 국가들은 달러에 대항할 독립적인 국제통화를 출시할 예정이다. 하루 만에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금을 통화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브릭스를 주도하는 중국 인민은행이 이러한 나라들의 화폐와 금을 연동해 교환할 수 있을 것이다.두 번째 요인은 미국이 3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자산을 동결한 뒤 압류하려는 조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보복으로 합법적으로 소유하던 미국 국채를 몰수하려는 계획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느 정도의 다각화를 고려하게 됐다. 미국의 국채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금을 더 많이 매수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우려도 있다. 폐쇄된 수에즈 운하뿐만 아니라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금융 제재는 세계 무역을 방해하고 있다. 미국은 볼티모어 항구의 키 웨스트 교량이 무너진 뒤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 하던 금은 지정학 우려, 금융 제재의 위험을 덜어내는 수단이 됐다"
▷ 지정학적인 긴장, 인플레이션만으로 보기엔 가격 변동이 큰 것 같다.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가 또 있나?
"기본적으로 금의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작동하고 있다. 전 세계 금 생산량, 장신구 등을 재활용하는 규모는 6년간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감소하지도 늘고 있지도 않다는 말이다. 즉, 공급이 정체하는 반면 중앙은행, 각국 소비 수요는 여러 방면에서 늘고 있다. 이러한 비대칭적 수요-공급 구조로 인해 금 가격에 대한 전망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개개인에 대한 투자조언은 할 수 없지만, 거시적인 차원에서 기관과 개인이 포트폴리오에 금을 보유할 것을 권하고 싶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관의 금 보유 비중은 전체적으로 1%에 불과하다는 점인데, 기관이 이러한 비중을 5%로 높이면 금값은 순식간에 트로이 온스당 5,000달러로 올라갈 것이기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금은 포트폴리오의 10% 정도 포함하기를 권하고 싶다"▷ 말씀하신 나라들의 엄청난 규모의 금 보유량 축적이 미국의 달러의 지배력에 대항한 것이란 시각도 있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사람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금-위안화 체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지만(*세계 금 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은 16개월째 금을 순 매수하고 있다), 통화 공급량에 비해 금의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도 그다지 나은 상황은 아니다. 실물 경제를 반영한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GDP 대비 금 보유량으로 봐도 스위스는 약 9~10%, 미국은 2% 미만, 중국은 1% 수준이다. 즉 전 세계에서 금으로 통화를 자유롭게 교환하고 유통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어떠한 화폐든 그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통화의 가치 하나당 금의 무게와 같다는 점을 수용 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통화를 비교할 때는 각각의 객관적인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저는 통화의 객관적인 척도를 금과 비교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본다.
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사람들은 흔히 금이 온스당 2,100, 2,200, 2,300달러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금 1온스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달러가 필요하기에 달러가 폭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달러는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강하지만, 금에 비해선 그렇지 못하다"
▷ 금 태환 제도는 1971년에 폐기되었다. 그런데도 금이 신뢰할 만한 통화의 형태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저는 단기적으로 금을 통화로서의 금과 글로벌 준비 자산으로서의 금을 구분하고자 한다. 현재 금은 화폐가 아니기에 금화를 사서 부를 축적할 수는 있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도 구매할 수 없다.
금이 통화의 지위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글로벌 준비자산으로서 멀리 내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미국은 약 8,100미터톤, 중국은 약 3천 미터톤, 금을 별로 언급하지 않은 IMF조차도 그 보유량은 1천 톤이 넘어갑니다. 총국가 보유량은 약 3만 8천 미터톤이다. 금이 통화자산 아니라면 왜 이렇게 많은 금을 보유하는 것인가? 각 나라들은 금이 중앙은행이 화폐 인쇄와 은행 준비금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기에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그 자체로 금이 부의 저장고이자 통화 자산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 그렇다면 미국의 거시적인 경제 상황을 짚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미국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무르익고 있다.
"미 연준이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정책금리를 매우 가파르게 인상한 뒤 인하로 전환할 것이라는 개념을 피벗(Pivot)이라고 부른다. 미 월가는 2022년 여름부터 2023년 초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여름, 다시 가을로 피벗 예상 시점을 늦췄고 이제 2024년 봄이 되었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사람들이 주식을 사도록 하려는 월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저는 연준이 이른 시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
▷ 왜 그렇게 진단하는가?
"이제 월가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를 6월로 베팅하고 있지만, 저는 7월에도 인하가 어렵다고 본다. 8월에 FOMC 회의가 없으니 오는 9월 금리를 내릴 수 있겠지만, 이 때는 미국 대선이 있는 11월과 위험할 정도로 가깝다. 연준이 사전 경고 차원의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시점은 결국 6월과 7월 뿐이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결국 패배하고 있기에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본다.
미국의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 현재 3.2%로 전월의 3.1%에서 상승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에서 국제유가를 보자면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이 두 달 만에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섰다. 주유소 기름값이 오르고 있고 운송 수단의 가격이 올라 인플레이션이 몇 달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결국 금리를 내리는 것과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것이라는 것은 다른 말이다. 저는 연준이 정말 딜레마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시장을 주도해 이끌어왔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다"▷ 강도 높은 긴축에도 미국 경제는 탄탄한 고용과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경기 둔화의 위험은 사라졌다고 보는 건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3.4%,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재정 정책과 적자 지출에 의한 결과다. 단기적으로 약간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지만, 부채가 경제 규모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 속도가 줄고 있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르멘 라인하트와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케네스 로고프의 2010년 연구에는 중요한 임곗값이 언급되어 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30% 면 1달러를 빌려 30달러 혹은 25달러만큼의 성장을 얻는 편안한 상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이러한 비율이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 의회예산국(CBO)는 미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봤지만, 사회보장기금을 비롯한 특정 프로그램의 부채를 포함하면 135%다. 이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레바논, 그리스, 이탈리아 등 악명 높은 채무 국가와 같은 범주였다는 말이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 결과로 보자면 미국은 부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돈을 찍어낼 수 있기에 국가부도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고도의 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미국 경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말인가?
"맞다, 일본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이 아니라 성장이 매우 낮다는 말이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기술적으로 9번의 경기 침체를 겪었는데, 이를 하나의 장기 불황이라 부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니케이 지수가 4만 선을 처음 기록한 것이 1989년 12월 31일이라는 점이다. 그 위치로 되돌아가는 데 35년이나 걸렸다는 얘기다. GDP 대비 높은 부채 비율 아래에서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그러한 점에서 미국은 일본과 같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지출을 억제하고 GDP 대비 부채비율(22년 기준 49.4%)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점에서 올바른 대처를 하는 모범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느린 성장과 초인플레에 빠진다면 중국의 위안화가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가?
"한 나라가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화를 싸게 만들거나,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통화를 강화한다면 이를 통화 전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성장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지만 그 수치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의 성장이나 GDP의 대부분은 고정자산, 즉 인프라, 공공 주택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저는 상하이, 베이징 뿐만 아니라 난징, 우한 등 중국 전역의 빌딩들을 둘러봤습니다만 많은 곳이 비어있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철강 원자재 수요를 만들지만 낭비하는 셈이다. 중국의 경제는 낭비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2% 이상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예상과 달리 중국의 부양책은 경기 악화를 막지 못했다. 중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인데, 독일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모두 경기 둔화에 처해있고 이는 중국 상품의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이러한 요인을 감안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 절하에 갖은 노력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어 보인다.
▷ 투자 측면에서 금과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금으로도 불리는 비트코인은 어떻게 보는가?
"암호화폐는 일종의 도박이자 오락이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올랐다며 하나 당 1만 3천 달러에서 7만 5천 달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자들도 가치를 확보하기 위해 마치 카지노처럼 시스템 내에서 매도한 뒤 달러로 교환해야만 한다. 아직은 금에 대한 진정한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임스 리카즈(73세)는 씨티,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등 월가에서 35년간 활동한 금융 분석가다. 2011년 저술한 베스트셀러 화폐 전쟁(Currency Wars)을 비롯해 '신 대공황(The New Great Depression)', 금의 미래(New Case for Gold) 등 저서를 통해 국제 금융시스템이 달러화 중심의 세계에서 금 본위제로 회귀할 것이란 주장을 펴왔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