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반대한다는데…네타냐후 "라파 공격 날짜 정했다"

사진=XINHUA

이스라엘이 국제 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라파에서의 전면전은 민간인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미국의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카이로에서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며 "우리는 최우선 과제인 인질 석방과 완전한 승리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를 위해서는 라파에 진입해 테러 부대를 제거해야 한다"며 "이 작전은 반드시 실행할 것이며 우리는 날짜도 잡았다"고 강조했다. 라파 공격 날짜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접경한 라파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도부와 잔당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하마스 소탕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라파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라파에는 피란민도 약 140만명이 몰려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라파에서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의 공격 의사를 만류해왔다.

네타냐후 총리 발언 이후에도 미국은 라파 지상전에 대한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파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공격이 그곳 민간인들에게 막대한 해를 미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칠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을 이스라엘에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라파에 남아있는 하마스 대대를 해체하거나 타도하는 목표를 달성할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본다는 점을 그들에게 분명히 밝혀왔다"고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 메시지가 나오기 전 열린 브리핑에서 "우리는 라파에서의 지상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는 다음 주쯤 이곳에서 라파에 관해 이스라엘 측과 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우리가 주요 지상작전에 대한 실행 가능한 옵션과 대안들에 대해 상세히 대화할 기회를 가질 때까지 라파와 그 주변에서 군사 작전은 없을 것이라고 우리에게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