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황제' 우즈, 그린재킷 정조준 [여기는 마스터스!]

타이거 우즈, 마스터스 사전 기자회견 나서
26번째 출전서 25회 커트 통과·투어 통산 83승 노려
마지막 우승 거둔 2019년과 같은 루틴으로 대회 준비
"모든 것 맞아떨어지면 우승 추가할 수 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2시 24분 시작
사진=AP
"나는 여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승할 수 없는 상황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가 새로운 골프 역사에 도전한다.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리는 88번째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무대다. 이 대회에서 총 5번의 우승과 24번의 커트 통과를 이뤄낸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최다 커트 통과 신기록 작성을 너머 우승 추가까지 노린다.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82승을 보유하고 있다. 우즈는 9일 마스터스 대회 사전 기자회견에 나섰다. 앞서 '절친' 프레드 커플스(미국), 저스틴 토마스(미국)와 함께 오거스타내셔널GC의 전반 9홀을 소화한 그는 특별히 지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기자회견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고 농담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서는 여유와 자신감이 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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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내 인생과 가족에게 큰 의미 있는 무대"

이날 우즈의 가슴에는 19년간 함께했던 나이키의 스우시 로고 대신 하얀 호랑이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가 테일러메이드와 손잡고 내놓은 브랜드 '선 데이 레드'의 마크다. 마스터스는 우즈의 골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다. 우즈는 프로 데뷔 이후 첫 메이저 우승을 마스터스에서 따냈고, 이곳에서만 총 5번 그린재킷을 입었다. 골프선수로서의 황금기, 어두운 시절을 떨쳐낸 부활의 순간을 모두 마스터스에서 만들어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마스터스에 대해 "내 인생과 가족에게 큰 의미가 있는 대회"라며 특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유일한 메이저 대회이고, 내 친구들과 젊은 스타, 내가 평생 존경해온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즈는 1995년 아마추어 초청 선수로서 처음 매그놀리아 레인을 따라 오거스타 내셔널GC에 들어섰던 기억을 소개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까마귀 둥지(Crow's nest)'에서 '전설' 샘 스니드, 바이런 넬슨, 진 사라센이 대회 개막 기념 티샷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소년은 2년 뒤, 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그린재킷'의 새 주인이 됐다. 우즈는 "이듬해 세 명의 전설이 (챔피언스 디너에서) 내가 준비한 밀크셰이크를 마시는 것을 본 기억은 지금도 특별하다"며 "프로로서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한 뒤 아버지와 포옹했고, 2019년에는 아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고 미소지었다. 앞선 25번의 출전에서 단 한번을 제외하고 모두 커트 통과한 우즈는 게리 플레이어, 프레드 커플스와 공동 최다 커트통과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나의 꾸준함과 롱런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이 코스에서 어떻게 플레이할지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핵심"이라며 "마스터스에서 50~60대 선수들이 커트 통과하고 40대 후반의 선수가 우승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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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맞아떨어지면 우승 가능"

이번 대회는 우즈가 7주만에 돌아온 투어 무대다. 지난해 마스터스 대회 도중 기권한 뒤 발목 수술을 받은 우즈는 연말에 이벤트 대회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72홀을 모두 걸어서 완주하며 재기 가능성을 점검했다. 한 달에 한 번 대회 출전을 올해 목표로 삼았지만 그의 몸이 허락하지 않았다. 올해 첫 출전이었던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즈는 2라운드 도중 독감 증세로 기권했고 마스터스 직전까지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그는 "그때는 제 몸과 경기력이 모두 경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7월까지 매달 주요 챔피언십이 있는 만큼,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반드시 대회에 나서야 한다"며 강한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우즈의 목표는 이번에도 우승이다. 그는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우승을) 하나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회를 앞둔 우즈의 준비 과정은 심상치 않다. 그는 코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첫날인 7일 오후부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을 풀고 코스에서 그린 주변 플레이를 점검했다. 그리고 첫번째 공식연습일에는 89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연습라운드에 나서 후반 9홀을 돌았고, 이날은 전반 9홀을 소화했다. 골프위크는 "이 루틴은 우즈가 마지막으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던 2019년 당시의 대회 전 루틴과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이날 연습라운드에서도 뛰어난 샷감을 보였다. 그와 함께 9홀을 돈 커플스는 "9홀에 불과했지만 오늘 그는 샷을 잘못 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최다 커트 통과 신기록은 물론 엄청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승리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건은 역시 몸 상태다. 우즈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나는 매일 아프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발목은 더이상 아프지 않다. 대신 등, 무릎 등 다른 곳에 통증이 있다"며 "오랫동안 걷고 두 발로 몸의 하중을 견디며 바닥을 딛고 서 있는 지구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날씨는 우즈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다. 작년 대회는 2, 3라운드 내내 비와 추운 날씨가 이어졌고 우즈는 결국 3라운드를 마친 뒤 족저근막염을 이유로 기권한 바 있다. 1라운드가 시작되는 11일, 오거스타 지역에는 뇌우와 비가 예고돼있다. 다리가 온전치 않은 그로서는 치명적인 악조건을 안고 경기하게 되는 셈이다. 그는 "목요일에 날씨가 협조해주면 좋겠다"면서도 "적어도 날씨는 따뜻할 것이다. 작년처럼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우즈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전 2시 24분 시작한다. 제이슨 데이(호주), 맥스 호마(미국)가 우즈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친다.

오거스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