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일찍 출근해" 시켰다가…벌어진 날벼락 같은 일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회의' 이유로 "10분 일찍 출근" 지시한 병원장
"매일 0.17시간 추가근로" 고소 당해

법원 "조기출근 강제하면 근로" 벌금 천만원 선고
고용부 "사업주 지휘명령 있다면 근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적어도 5~10분 전엔 출근해서 업무 준비 좀 하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시간에 딱 맞춰 출근하는 신입사원이 거슬린다는 사장님이나 선배 직장인들의 하소연을 종종 접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한 기업에서는 업무 시작 10분 전까지 사무실에 오지 않은 10명의 명단을 사내 메일로 공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근로시간에 대한 정확한 계산과 임금 산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실제로 지난해 온라인조사 전문기관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세~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세대별로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인 경우 몇 시까지 출근해야 하는지 물었더니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등 모든 세대에서 ‘10분 전 출근’을 1위로 꼽았다.

하지만 세대 차이가 날수록 출근 시간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컸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30분 전 출근’해야 한다는 응답이 15.1%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던 반면 Z세대는 ‘9시 정시~5분 전 출근’을 출근시간이라고 응답한 이가 47.8%로 절반에 가까웠다.

이런 가운데 근로자들을 10분 일찍 출근시킨 것을 임금체불로 인정하고 형사처벌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10분 일찍 출근해" 시켰다가..."0.17시간 추가 근로" 고소

A는 2014년부터 부산에 있는 직원 25명 규모의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해온 원장이며, B는 이를 인수한 후임 원장이다.

이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은 근로계약상 근무시간은 9시부터다. 하지만 원장의 요구에 따라 매일 8시 50분에 인수 인계를 위한 '오전 회의'가 열렸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이 시간이 '연장근로'에 해당한다며 10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한다.요양보호사들의 야간 근무시간도 문제가 됐다. 요양원에서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 15시간 동안의 야간근무시간 중 요양보호사 2명이 근무했다. 2명의 요양보호사들은 심야시간 동안 교대로 8시간을 근로하고 7시간을 쉬는 방식으로 야간근로 수당을 지급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요양자가 많아 실제로 근로계약상 휴게시간 보다 2시간씩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과 원장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A와 B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재직하던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19명 임금 4700여만원과 퇴직한 직원 8명의 임금 33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 당했다. 검찰도 이들을 기소했다.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지난 1월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2022고단747). 회의 때문에 조기 출근한 10분이 '실제 근로시간'인지가 쟁점이 됐다.10분 조기 출근에 대해 법원은 "매일 8시 50분에 시작되는 인수인계 등을 위한 오전회의에 참석했고 이는 정상적인 근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사실상 강제됐던 것"이라며 "하루 0.17시간에 해당하는 체불임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일찍 출근하는 게 관행이더라도 사용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 임금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장근로이기 때문에 50%의 가산 수당도 붙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요양보호사에 대해서도 매일 2시간씩 임금체불이 발생했다고 봤다. 법원은 2020년 노사협약에 따라 야간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이 7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어든 점을 근거로 들었다. 법원은 "2명의 야간 근로자가 1, 2층에 20명이 넘는 피요양자들을 돌보면서 실제로는 근로계약상 근무시간보다 적어도 2시간 이상 휴식하지 못한 채 근무시간을 초과했다"며 "야간 근로시간 2시간마다 체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구체적으로 요양보호사가 돌봐야 하는 피요양자들의 숫자와 인수인계에 걸리는 시간 등 작업환경을 고려해 판단했다. 결국 A에게는 벌금 1000만원, B에게 벌금 250만원이 선고됐다.

◆일찍 오는 게 직장인 미덕?..."조기출근 강제하면 근로시간"

이처럼 사업주나 인사관리자들의 꼼꼼한 근로 및 휴게시간 관리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일부 사업장에서는 사업주나 직장 상사가 근무시간 전후로 조기 출근해 업무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거나 퇴근 시간 이후에 정리 정돈 및 마감을 지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근로시간"이라며 지시 위반 시 제재 여부(강제성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더 넓게 본다. 작업복을 갈아입는 시간, 작업 도구 준비시간, 대기시간 작업 전 회의, 교대 시간, 작업 후 목욕시간, 작업종료 후 정돈 시간, 출장 중 이동시간 등 실제근로에 부속되는 시간이라면 사용자의 지휘·명령 아래서 이뤄진 경우 근로시간으로 보는 게 대법원 판례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에게 "조금 일찍 와서 정리정돈을 하면 효율적인 업무 진행에 도움이 된다"며 충고하는 차원이면 몰라도, 미리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복무 위반 등을 운운하는 등 강제성을 보였다가는 임금체불 문제, 더 나아가 형사처벌 불거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대로 몇 분만 지각해도 시간 단위로 근로시간을 '절삭'해서 임금을 깎는 사업장도 있다. 이 경우는 소위 '임금 꺾기'로 불리는 엄연한 임금체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인사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일찍 출근해서 자리를 정돈하고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 5~10분 정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주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권리 의식이 높은 근로자들의 경우 충분히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